“물 안 줘서, 신고한다기에”... 호의 베푼 연인 15번 찌른 노숙인의 ‘그릇된 집착’
“물 안 줘서, 신고한다기에”... 호의 베푼 연인 15번 찌른 노숙인의 ‘그릇된 집착’
서울중앙지법, 환경미화원 살해한 중국 국적 60대 노숙인에 징역 25년 선고
"생명 경시 태도 극에 달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의 한 지하보도에서 자신을 도와주던 환경미화원을 잔혹하게 살해한 6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피해자가 건넨 따뜻한 식사비와 일자리 조언은 남성에게 ‘배신감’으로 왜곡되었고, 결국 끔찍한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식사비 건넨 선의, 칼날 되어 돌아오다
사건의 피고인 A(60대·중국 국적)는 2022년 체류 자격 만료 후 국내에 불법 체류하며 서울 중구의 한 지하보도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인물이다. 그는 2023년 5월경부터 해당 구역을 담당하던 환경미화원 B(여·63세)를 알게 됐다.
당시 B는 형편이 어려운 A를 위해 5,000원 상당의 식사비를 선의로 건네거나 자신의 업무를 돕게 하는 등 호의를 베풀었고,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2024년 5월경, B가 “직업이 없으면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며 이별을 암시하고 태도를 바꾸자 A의 집착과 분노가 시작됐다.
"경찰 신고하겠다" 한 마디에... 지하보도 뒤덮은 15회의 가위질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24년 8월 2일 새벽 4시 41분경이다. A는 청소 중이던 B에게 다가가 "약을 먹게 물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B가 이를 피해 자리를 피하려 하자 A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고, B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소리치자 평소 소지하던 가위를 꺼내 휘둘렀다.
공격은 집요하고 잔혹했다. A는 가위로 B의 배를 찔러 넘어뜨린 후, 저항하는 피해자의 발을 제압하며 목, 가슴, 옆구리 등 급소 부위를 15회 이상 반복해서 찔렀다. 특히 피해자가 두 손을 모아 빌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음에도 불구하고, A는 다시 피해자를 넘어뜨려 공격을 이어가는 냉혹함을 보였다. B는 결국 다발성 자창으로 인한 흉강 출혈 등으로 현장에서 숨졌다.
"죽을 줄 몰랐다" vs "명백한 살인"... 법원의 매서운 일침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형사부(재판장 강두례)는 살인 및 부착명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A 측은 "살해할 고의가 없었으며, 겁만 주려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단호히 물리쳤다. 재판부는 ▲전체 길이 20cm에 달하는 가위의 위험성 ▲경동맥, 심장 등 생명과 직결된 부위를 집중 공격한 점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점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성 없는 합리화...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 필요"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A의 파렴치한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A는 수사 과정에서 "이제 피해자가 힘들게 일할 필요는 없다"라며 범행을 합리화하거나, "피해자가 다른 남성과 불륜을 행하였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 존립의 근간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 속에서 생을 마감했음에도 피고인은 진정한 반성보다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의 성향과 환경에 비추어 재범 위험성이 높으므로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함이 마땅하다"고 징역 25년 선고 배경을 밝혔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합948 판결문 (2025. 2. 6. 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