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 사상인데 금고 5년?" 시청역 참사, 대법원이 형량 줄인 결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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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 사상인데 금고 5년?" 시청역 참사, 대법원이 형량 줄인 결정적 이유

2025. 12. 04 14:3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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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운전자 차모 씨 금고 5년 확정

"급발진 주장 근거 없다" 피해자 14명인데 형량은 5년?

시청역 역주행 운전자 /연합뉴스

지난해 여름, 서울 도심 한복판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법적 심판이 마무리됐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5명을 다치게 한 비극의 원인은 차량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명백한 '페달 오조작'으로 최종 결론 났다.


대법원은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게 법정 최고형에 준하는 금고 5년을 확정했다.


"호텔 나오자마자 돌진"… 그날의 참혹했던 기록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4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치상)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 차모(69) 씨에게 금고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5도12345).


시계를 1년 반 전으로 되돌려보면, 사고는 2024년 7월 1일 발생했다. 차 씨는 서울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오던 중,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했다. 가속이 붙은 차량은 보행자들과 차량 두 대를 잇달아 들이받았고, 이 과정에서 9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당시 차 씨는 줄곧 "차가 말을 듣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했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딱딱하게 굳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항변이었다.


"신발 밑창에 찍힌 가속 페달 문양"… 과학이 밝혀낸 진실

그러나 법원이 받아들인 진실은 달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는 차 씨의 주장과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드러났다. 사고 당시 차 씨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가속 페달의 문양과 일치하는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이는 충돌 순간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고 있었다는 명백한 물증이 됐다.


또한 EDR 분석 결과,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충돌 시점까지 브레이크 페달 작동 여부는 'OFF'로 기록됐고, 반면 가속 페달 변위량은 최대 99%까지 치솟았다. 재판부는 "기계적 결함은 없었으며,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못 박았다.


14명 사상인데 왜 5년인가… 쟁점이 된 '죄의 갯수'

운전자의 과실이 명백해진 뒤,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은 '형량'으로 옮겨갔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건을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엄벌이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실체적 경합' 법리를 적용해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사고를 별개의 범죄 행위로 본 것이다.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금고 5년)에 절반을 가중해 내린 판결이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해 형량을 금고 5년으로 낮췄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은 것은 '하나의 운전 행위'이며, 다수의 인명 피해는 이 하나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고 판시했다. 법리상 하나의 행위로 발생한 수개의 죄 중 가장 중한 죄(업무상 과실치사)의 정해진 형(금고 5년)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법리 오해 없다"… 비극의 매듭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각 사고는 사회 관념상 하나의 운전 행위로 인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이 상상적 경합 관계를 적용한 것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운전자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 역시 정당하다고 봤다.


이번 확정 판결로 차 씨는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징역형과 달리 강제 노역 의무는 없는 금고형을 살게 된다. '급발진' 논란으로 시작돼 법리 논쟁으로 이어진 시청역 역주행 참사는, 결국 운전자의 순간적인 착각이 빚어낸 인재(人災)였음이 법적으로 최종 확인되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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