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미끼에 낚인 당신, '선입금 사기' 신고 망설여진다면
조건만남 미끼에 낚인 당신, '선입금 사기' 신고 망설여진다면
성매매 시도 약점 잡혀 협박당한 피해자…법조계 "미수는 처벌 불가, 당신은 사기 피해자"

한 남성이 온라인에서 조건만남을 알아보려다 선입금 사기를 당하고 협박까지 당하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조건만남 알아보려다 돈 뜯기고 협박까지…'성매매 미수' 약점 잡힌 피해자, 신고해도 괜찮을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건만남'을 알아보던 한 남성이 교묘한 선입금 사기에 휘말려 돈을 잃고 협박까지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호기심이 범죄의 빌미가 됐다는 생각에 신고조차 망설이는 상황, 과연 그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성매매 미수는 처벌 대상이 아니므로 당신은 명백한 사기 피해자"라고 입을 모은다.
"좋은 사람 소개해줄게"…달콤한 유혹의 덫
사건의 시작은 익명의 커뮤니티였다. 조건만남 관련 질문을 올린 A씨에게 한 인물이 쪽지를 보내왔다. 그는 "그런 거 다 하면 안 된다. 좋은 사람 없다"며 경계심을 풀게 한 뒤,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A씨는 "상대방도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게 신기해서 연락했다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기범은 몇 시간에 걸쳐 통화하며 신뢰를 쌓았다. 사기 사례를 알려주는 등 전문가 행세를 하며 A씨의 판단력을 흐렸다.
믿음이 생기자 범인은 본색을 드러냈다. "서로의 신상 정도는 보증 삼아 알아야 한다"며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요구했다. 이어 "돈을 입금해서 확인되면 곧바로 돌려주겠다"는 전형적인 수법을 사용했고, A씨는 속수무책으로 돈을 보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신상 다 땄다"…피해자를 옥죄는 협박의 사슬
돈을 가로챈 사기범은 오히려 더 대담해졌다. 그는 "통화내용이랑 신상 다 땄으니 고소할 생각 하지 말라"고 협박하며 대화방을 폭파했다. A씨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도 모자라, 성매매를 시도했다는 약점까지 잡혀 신고를 망설이게 됐다. 이는 피해자의 불법 행위 시도를 빌미로 신고를 막는 사기범들의 전형적인 2차 가해 수법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텔레그램에서 당한 사기는 전형적인 선입금 사기의 변형"이라며 "상대방이 신상 정보를 요구하고 협박한 정황상 추가 피해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 역시 "피해자의 약점을 이용해 협박하면서 신고를 못하게 하는 것도 사기범들의 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성매매 미수는 처벌 불가, 당신은 명백한 피해자"
그렇다면 A씨는 정말 처벌받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단호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A씨의 행위는 아무런 범죄가 되지 않고 성매매 미수는 처벌 대상 자체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현행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는 성매매 행위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적 행위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단순히 문의하거나 시도한 것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금전을 편취한 사기범이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을 대상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A씨가 사기 피해자이기 때문"이라며 A씨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했다.
"증거부터 확보하고 즉시 신고해야"…대응 방안은?
변호사들은 협박에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상호 변호사는 "강력히 사기죄로 고소해서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해야 한다"며 "혐의가 인정된다면 합의금 또는 손해배상금을 받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고를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필수적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입금 내역, 텔레그램 대화 내용, 상대방과의 통화 녹음이 있다면 이를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에 계좌 변경을 요청하고 전화번호를 바꾸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한순간의 호기심이 덫이 되어 돌아왔지만, 법은 여전히 피해자의 편에 서 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권리를 찾는 용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