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완벽한 내용증명' 보냈다가 '공갈죄' 될라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내에 '완벽한 내용증명' 보냈다가 '공갈죄' 될라

2026. 06. 08 09:3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사실혼 아내 유책 폭로하려다 되레 '역공' 맞을 수도

한 남성이 사실혼 파탄을 위해 직접 작성한 내용증명으로 상대를 압박하려 하자, 변호사들은 위약벌 요구와 형사고소 예고를 결합하면 공갈죄가 될 수 있으며,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줄 수 있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AI 생성 이미지

"폭행, 외도 정황…'내가 쓴 내용증명에 도장만 찍어 보내주는 비용이 얼마입니까?'" 사실혼 파탄 위기에 놓인 한 남성이 변호사에게 던진 질문이다.


전문가들은 "위약벌 5천만 원과 형사고소 예고를 결합하면 공갈죄 소지가 있다"며, 기선제압을 노린 '셀프 법률 문서'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폭행·외도 아내에 기선제압"…완벽한 내용증명, 변호사 도장만?


한 남성이 법률 상담 플랫폼에 다급한 질문을 올렸다. 사실혼 관계인 아내의 유책 사유로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아내의 잘못은 명확했다. 만취 상태의 폭행으로 남편 자신이 정신과 약물 치료를 받고 있고,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 최근에는 새벽 4시에 다른 남성의 집에 들어가 외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재 사는 집과 모든 살림살이는 자신이 혼인 전후로 마련한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완벽하게' 작성했다는 내용증명을 변호사 이름으로 보내 아내를 압박할 계획이었다. 내용증명에는 유책을 인정하고, 재발 시 위약벌 5천만 원을 내라는 조항을 공증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만약 아내가 불응하면 사실혼 파탄 위자료, 상간남 손해배상, 결혼 비용 반환 등 민사소송은 물론 폭행·음주운전에 대한 형사 고소까지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최후통첩'이었다.


그의 질문은 간단했다. "제가 쓴 초안에 변호사 직인만 찍어 보내 주는 비용이 얼마입니까?"


"편지 한 장에 5천만원·형사고소"…변호사들 "공갈죄 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답변은 단호했다. 기선제압을 노린 남성의 '묘수'가 사실은 최악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졌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위약벌 5,000만 원을 수용하지 않으면 형사 고소하겠다고 조건부로 압박하는 문구는, 상대방에게 형법상 공갈죄나 협박죄로 역고소당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상훈 변호사 역시 "자칫 법률적 요건을 벗어날 경우 오히려 공갈이나 강요의 소지가 생길 수 있어 문언의 세밀한 정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라도 그 방법이 사회 통념을 벗어나면 불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단순히 의뢰인이 작성한 초안에 도장만 찍어 주는 업무는 변호사법상 책임 문제 때문에 실무상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변호사 명의로 나가는 문서는 그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함께 지기 때문이다.


내용증명보다 증거 확보가 먼저…'셀프 소송'의 함정


변호사들은 내용증명 발송이라는 '선전포고'보다 중요한 것이 '실탄' 즉, 증거 확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먼저 발송하면 상대방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진술을 맞출 시간을 줄 수 있다"며, 형사 고소와 내용증명 발송의 순서를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사건의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도 "새벽 외박 정황만으로는 입증이 부족할 수 있으므로, 지금 당장 관련 증거를 체계적으로 보전해 두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부정행위를 인정할 때 매우 엄격한 증거를 요구한다. 결국 남성의 계획은 상대를 압박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방에게 방어할 시간을 주고 자신의 패를 먼저 보여주는 위험한 도박이었던 셈이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상대가 합의를 거부하고 곧바로 소송을 대비하게 만드는 경고장이 되어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