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접촉 사고, "끝난 줄 알았는데"…2년 만에 날아온 300만 원 치료비 폭탄
경미한 접촉 사고, "끝난 줄 알았는데"…2년 만에 날아온 300만 원 치료비 폭탄
50만원 주고 합의했는데, 2년간 한의원 다녔다며 또 청구…법원 "얌체 과잉진료 안돼"

가벼운 접촉사고 후 보험사가 거액의 치료비를 청구하는 구상권 분쟁이 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아들이 낸 가벼운 접촉사고, 250만원을 물어주며 끝난 줄 알았는데 2년 뒤 300만원짜리 '치료비 폭탄'이 날아왔다.
모든 게 마무리된 줄 알았다. 아들이 낸 가벼운 접촉사고, 피해 차주가 원하는 대로 수리비 250만원을 물어줬다.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A씨는 상대 보험사로부터 300만원이 넘는 돈을 내라는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상대방이 2년간 한의원을 다녔다는 황당한 이유였다. A씨는 "너무나 경미한 사고였기에 억울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2년간 한의원 다녔다"…끝난 줄 알았던 사고, 왜 다시 돈 내라나?
A씨의 사연처럼 끝난 줄 알았던 교통사고가 수년 뒤 '치료비 폭탄'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먼저 지급한 치료비를 사고 원인 제공자에게 다시 청구하는 '구상권(대신 갚아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 행사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책임보험의 보상 한도를 넘는 치료비가 발생하면, 보험사는 그 초과분을 가해자에게 직접 요구하게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경우 무조건 돈을 내주기보다 청구의 '타당성'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 쟁점은 '사고와 치료의 인과관계'다. 정찬 변호사(법무법인 반향)는 "경미한 사고였다면 상대방이 실제로 그렇게 긴 치료가 필요했는지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며 "2년이나 지나 청구된 300만원 넘는 한의원 치료가 정말 해당 사고 때문에 발생했는지 증명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돈 못 준다 버텨라"…변호사들이 말하는 '3단계 대응법'
변호사들은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에 맞설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첫 단계는 사고가 '경미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법률사무소 김경태)는 "사고 현장 사진, 차량 수리비 영수증 등을 통해 접촉 사고가 얼마나 가벼웠는지 입증해야 한다"며 "사고와 무관한 '기왕증(원래 앓던 병)'이나 불필요한 '과잉진료' 여부도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에 사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청구액이 과도하다는 이의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시작이다.
다음 단계는 상대방의 치료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의)는 "의료자문을 통해 치료 기간과 비용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만약 치료 내역에 사고와 무관한 진료가 포함됐거나, 통상적인 치료 기간을 현저히 넘겼다면 이를 근거로 청구액 감액을 요구하거나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만약 보험사와의 협의가 결렬된다면, 결국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우세종 변호사(법무법인 두우)는 "보험사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 과잉진료임을 주장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해 적극적으로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사고 핑계로 병원 다니는 '얌체' 안 봐준다"
법원 역시 교통사고와 치료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어떤 행위와 결과 사이에 존재하는 합리적·필연적 연관성)'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추세다. 단순히 피해자가 아프다고 주장하며 병원에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치료비를 사고 책임자에게 물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 판결(2021나47037)에서 이런 '얌체 진료'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사고 충격이 경미하고 차량 수리비도 소액에 그친 점 등을 근거로, 사고 발생 한참 뒤에 청구된 치료비는 "사고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고의 충돌 정도, 부상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제 사고에 필요한 최소한의 치료비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론적으로 A씨는 보험사의 청구를 섣불리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사고의 경미성을 입증할 자료를 모아 보험사에 공식 이의를 제기하고, 상대방의 치료 기록을 검토해 과잉진료 여부를 따져 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혼자 대응하기 벅차다면 변호사나 손해사정사의 조력을 받아 청구 금액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감액 협상이나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