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업은 빚더미인데… 이혼하면 저도 빚 갚아야 하나요?
남편 사업은 빚더미인데… 이혼하면 저도 빚 갚아야 하나요?
법원 "전업주부 기여도 인정, 빚도 분할 대상"… 숨긴 재산 있다면 소송이 유리, 양육비·위자료는 별개

남편의 사업 빚으로 이혼하더라도 전업주부가 재산분할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두 돌 아들을 둔 전업주부의 막막한 질문에 법률가들은 "섣불리 포기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결혼 생활 5년, 갓 두 돌이 지난 아들을 보며 한 여성은 이혼의 갈림길에 섰다. 자영업을 하는 남편은 사업 부진과 함께 이혼을 요구했다.
문제는 남편의 사업이 전부 빚으로 시작됐다는 점. 가사와 육아에만 전념해온 그녀는 "다 빚뿐인 상태에서 제가 재산분할로 받을 게 있나요?"라며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부부의 공동재산이 마이너스일 때, 이혼은 정말 '빈손'으로 끝나는 걸까. 법률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빚도 재산이다'…전업주부의 '보이지 않는 헌신' 법정선 통한다
전문가들은 '빚도 분할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발생한 빚이라면 함께 책임져야 할 재산으로 본다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자영업을 위한 부채도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면 공동부채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사업 빚이 '가족의 꿈'을 위한 투자였다면, 그 책임 역시 함께 나누는 것이 법의 시선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원이 전업주부의 '보이지 않는 헌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추은혜 변호사는 "전업주부로서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며 혼인공동체 형성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한 시간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법원은 이를 남편의 재산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기여한 명백한 활동으로 보고, 재산분할의 근거로 삼는다.
"남편 통장, 법정서 열어볼 수 있다…섣부른 합의가 '독' 되는 이유"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숨겨진 재산'의 가능성이다. 자영업을 하는 배우자는 소득과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섣부른 협의이혼보다 재판상 이혼(소송)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백인화 변호사는 "배우자 모르게 재산을 숨겨놓는 경우가 있고, 이를 찾았을 때 총재산이 플러스(+)가 되면 분할받을 몫이 생긴다"며 "숨긴 재산을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혼 소송"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통하면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을 통해 상대방의 계좌 내역, 카드 사용 내역, 부동산 보유 현황까지 합법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없다'는 말만 믿고 도장을 찍었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일을 막는 강력한 수단이다.
최악의 경우 빈손?…'양육비·위자료'는 별개의 구명보트
만약 모든 재산을 탈탈 털어도 빚만 남는 최악의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때도 포기하기는 이르다. 재산분할과 별개로 '양육비'와 '위자료'라는 두 개의 구명보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소정 변호사는 "자녀를 양육한다면 상대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육비는 부모의 재산 상태와 무관하게 자녀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또한,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면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김용주 변호사는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정을 버리고 이혼을 청구한다면 이를 근거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백인화 변호사는 "초기 정착 지원 명목의 일시금 지급을 별도로 요구해보라"는 현실적인 조언까지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남편의 빚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전업주부의 기여도는 법적으로 보호받으며, 숨겨진 재산을 찾기 위한 소송을 고려하고, 재산분할과 별도로 양육비와 위자료를 당당히 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