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재의 족쇄 '경업금지', 서약서가 만능은 아니다
핵심인재의 족쇄 '경업금지', 서약서가 만능은 아니다
연봉 1/3 인센티브 받고 서약…법률가들 "자료 유출 없다면"

핵심 직원이 거액의 인센티브와 함께 경업금지 서약을 했다. / AI 생성 이미지
"연봉의 3분의 1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받고 2년간 동종업계 이직을 금지하는 서약을 했습니다. 국가 핵심기술 분야에서 일했는데, 정말 소송까지 갈 확률이 높을까요?" 한 핵심 인력의 고민이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 가능성 자체는 높게 점치면서도, 서약서가 회사의 '만능 방패'가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영업비밀 유출이라는 '스모킹 건'이 없다면 최악의 손해배상 책임은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봉 1/3 인센티브"…이직 발목 잡는 경업금지 서약
과장 2년 차 직장인 A씨는 최근 경쟁사로 이직을 준비하다가 큰 난관에 부딪혔다. 재직 중 총 연봉의 3분의 1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받으며 두 차례나 서명했던 '영업비밀보호 및 경업금지 서약서' 때문이다.
서약서에는 퇴직 후 2년간 동종업계 약 20여 개 회사로 이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국가핵심기술 분야에서 나름 핵심 사원으로 일해 왔고, 현 직장도 A씨의 이직 계획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영업비밀보호와 경업금지 관련 손해배상 내용도 있는데 제 이직으로 손해가 증명되면 그만큼을 손해배상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손해와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 손해배상까지 해야하는 경우는 크게 없다고 알고있는데 맞을까요"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물론 그는 "그 어떤 자료나 프로그램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소송 가능성 높지만, 약정 유효성은 별개 문제"
A씨의 상황에 대해 다수의 변호사는 회사가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심교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원고의 입증책임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씀하신 국가핵심기술 분야라고 한다면, 일반 경업금지 사건과 달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어 회사 측의 법적 대응 유인이 매우 강해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단순한 위협용 내용증명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일반 사건보다 높다고 보셔야 합니다"라고 그는 경고했다.
통상 회사는 내용증명 발송,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 본안 소송 순으로 법적 절차를 밟는다. 이 중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A씨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새 직장에서 일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서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약정이 무조건 유효한 것은 아니다. 이태준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은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할 때 ▲보호할 영업비밀이 존재하는지 ▲근로자의 직위 및 업무 내용 ▲경업금지 기간·범위의 적정성 ▲회사가 지급한 대가의 존재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A씨의 경우 '국가핵심기술'과 '인센티브 수령'은 회사 측에 유리한 요소지만, '2년'이라는 기간과 '20여 개 회사'라는 광범위한 제한은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안 옮겼다면 최악은 피한다"…위약벌과 손해배상의 차이
만약 소송에서 패소해 약정 위반이 인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A씨의 서약서에는 '받은 인센티브 내에서 위약벌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진훈 변호사는 이에 대해 "위약벌은 서약서 내용에 따라 인센티브 범위 내에서 청구될 수 있으나, 법원이 위약벌 약정을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민법 제398조에 따라 감액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더 큰 걱정은 손해배상이다. 그러나 A씨의 질문처럼 단순히 경쟁사로 이직했다는 사실만으로 거액의 손해배상이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푸름 변호사는 "자료나 프로그램을 반출하지 않은 이상 영업비밀 침해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손해배상까지 인정될 가능성은 낮은 편입니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소송의 핵심 쟁점은 '실제 영업비밀을 유출하거나 부당하게 사용했는가'가 될 전망이다.
소송 막을 묘수 있나…변호사들의 현실 조언
A씨는 소송 자체를 막기 위해 입사일을 늦추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변호사들은 이것만으로 분쟁을 막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전종득 변호사는 "입사일을 늦추면 회사가 '급박한 위험'을 주장하는 데 불리해져 가처분 국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다만 소 제기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최선의 방어책은 '자료를 반출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김강희 변호사는 "지금은 퇴직 전후 자료 반출 금지, 개인기기·클라우드 정리, 업무자료 반환 확인, 이직 회사에서 기존 회사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부 확인을 남겨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회사로부터 내용증명을 받는다면 즉흥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서약서와 관련 자료를 가지고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