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상황극' 초대장, 열어보니 '성범죄자' 제조 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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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상황극' 초대장, 열어보니 '성범죄자' 제조 함정이었다

2026. 06. 16 14:4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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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찾아간 남성, 감금·신고 협박에 누명 위기…엇갈린 법조계 시선

'강간 상황극' 채팅에 속아 함정에 빠진 남성이 협박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랜덤채팅에 올라온 ‘강간 상황극’ 게시글을 보고 약속 장소로 나갔던 남성이 성범죄자로 몰릴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을 유인한 것은 계획적으로 덫을 놓은 커플이었고, 이들은 현장에서 남성을 붙잡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경찰 신고를 협박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남성에게 강간미수 혐의 적용은 어렵다고 보면서도, 오히려 주거침입이나 폭행 혐의로 역공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섣부른 맞고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암호명 '당근'…현관문 열리자 돌변한 여성


사건은 한 남성이 랜덤채팅에서 ‘아프게 해줄 오빠들만(23여)’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서 시작됐다.


자신을 23세 여성이라 밝힌 상대는 대화 끝에 아파트 동호수까지 알려 주며 그를 유인했다. 호기심에 현장을 찾아간 남성이 암호인 “당근”을 말하자,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나왔다.


그러나 평온함은 잠시였다. 여성은 갑자기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남성의 옷을 꽉 잡더니 “이 글대로 진짜로 하려고 했냐”고 추궁했다. 남성은 “전 절대 강간할 인물이 아니라고, 그냥 궁금해서 와본거라고 이야기 했는데”라며 당황했지만, 여성은 옷을 놓아주지 않은 채 변호사를 선임했다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남성이 여성을 뿌리치고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오자 여성은 비명을 질렀고, 잠시 후 채팅방에는 '성공하지 못한 거에 까비'라는 조롱 섞인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이는 다름 아닌, 현장에 나온 여성의 남자친구였다.


'실행의 착수' 없었다…“강간미수 성립 안 돼”


졸지에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 남성. 과연 그에게 강간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까?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범죄 성립 가능성을 낮게 봤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시작하는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질문자님은 문 앞에서 '당근'이라고 말했을 뿐, 여성에게 어떠한 폭력이나 협박, 신체 접촉도 시도하지 않았다”며 “단순히 현장에 찾아간 것만으로는 성범죄의 '실행의 착수'로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역시 “단순한 호기심이나 대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강간 범행을 실행하려는 의사와 실행 준비 또는 실행 착수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남성의 손을 들어줬다.


되레 '주거침입·폭행' 피의자 될 수도…섣부른 역고소는 '독'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전문가들은 남성이 강간미수 혐의는 피하더라도, 오히려 다른 범죄의 피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대진 민상빈 변호사는 “채팅 내용을 보고 직접 아파트 공용부를 거쳐 세대 현관 벨까지 누르고 들어가신 정황은, 동기와 경위에 따라 형법 제319조 주거침입 등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방어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도 “아파트 공동현관 출입, 세대 앞 방문, 현장에서 몸을 뿌리치고 나온 부분은 상대방이 주거침입이나 폭행으로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경찰 간부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성범죄 예비 또는 준강간 미수로 볼 여지가 있다”며 경찰 수사 실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 “증거 보존이 우선…상대방은 '무고죄' 가능성”


그렇다면 남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무엇일까?


남성은 유인한 커플을 ‘강간교사미수’로 고소할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피교사자(남성)가 범죄를 실행할 결의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교사범 성립이 어렵고, 자칫 ‘무고죄’로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처벌 가능성은 남성을 유인한 커플에게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 장우진 변호사는 “남자가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조롱 글과 여자친구라고 밝히며 신고한 정황은 계획적으로 덫을 놓은 사기 행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사기죄, 무고죄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규희 변호사 역시 여성이 남성의 옷을 잡고 놓아 주지 않은 행위는 ‘감금죄’나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모든 전문가들은 “섣불리 상대방에게 연락하거나 맞고소하지 말고, 확보한 채팅 내용 등 증거를 보존한 채 변호사와 상담하여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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