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몰래 도어락 비밀번호 바꾼 집주인…재물손괴죄는 무죄라는데, 그럼 주거침입죄는?
세입자 몰래 도어락 비밀번호 바꾼 집주인…재물손괴죄는 무죄라는데, 그럼 주거침입죄는?
세입자의 집 도어락 몰래 바꾼 집주인⋯재물손괴 '무죄'
"도어락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한 건 아니다"
주거침입죄라면 어떨까⋯변호사들 의외의 답변 내놔

세입자와 보증금 문제로 갈등을 겪다 홧김에 비밀번호를 바꾼 집주인에게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셔터스톡
집주인이 세입자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마음대로 바꿔도 괜찮을까. 지난 2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부장판사는 세입자와 보증금 문제로 갈등을 겪다 홧김에 비밀번호를 바꾼 집주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집주인의 행동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이 이상할 수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집주인에게 적용된 혐의가 '재물손괴'였기 때문이다. 해당 혐의는 타인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등 원래 용도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 때 성립한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을 판단한 홍 부장판사는 '비밀번호를 변경한 행위가 도어락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사실 이런 판단에 대해 서초동의 A변호사는 "본래의 용도(출입)로 쓸 수 없게 했는데, 이것이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항소심에서 뒤집힐 확률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왜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를 적용하지 않았을지다. 해당 사건 판결문에는 사건 경위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통상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하려면 현관문을 열어야 한다. 이에 비춰볼 때, 사건 당시 집주인도 해당 세입자의 집 문을 열었을 확률이 높다. 이처럼 타인의 집 문을 무단으로 여는 행동은 오히려 주거침입죄에 가깝지 않을까.
법률 자문

이에 대해 '변호사 지세훈 법률사무소'의 지세훈 변호사는 "비밀번호를 바꾸기 위해 세입자의 집 문을 함부로 열었어도, 집 안에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 서 있었다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집주인이 세입자와 한 건물에 산다면 계단 등 공용공간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어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문만 열었을 경우, 법리적으로 따졌을 때 주거침입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 역시 "집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 아니고, 복도 등 공용공간에서 비밀번호를 변경했다면 주거침입죄를 인정받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주거칩입죄가 적용될 수 있는 건 다음과 같이 좁혀진다. 집주인이라도 세입자가 사는 건물에 함께 거주하지 않는 경우, 혹은 같은 건물에 살고 있지만 집 안에까지 들어갔을 경우다.
지 변호사는 "이런 정황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수사기관에서 (주거침입 대신) 재물손괴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