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700만원 냈는데 또 고소라니"…위조문서 한 장에 두 번 발목 잡힌 시민
"벌금 700만원 냈는데 또 고소라니"…위조문서 한 장에 두 번 발목 잡힌 시민
위조문서 한 장으로 벌금형을 확정받았지만, 이혼소송에 같은 문서를 냈다는 이유로 또 고소당했다. 한번 끝난 재판, 다시 처벌받을 수 있을까.

사문서 위조로 처벌받은 A씨가 같은 문서를 다른 기관에 제출한 혐의로 또 고소당하며 '일사부재리' 원칙 논란이 일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끝난 줄 알았는데 또 고소장"…위조문서와 '일사부재리' 딜레마
2025년 11월, A씨는 집으로 날아온 고소장 한 통에 눈을 의심했다. 혐의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 불과 9개월 전, 2년 넘는 재판 끝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고 마무리된 바로 그 죄명이었다.
한번 처벌받은 범죄로 또다시 수사기관에 불려 가게 된 A씨의 사연을 두고, 법조계에서 '일사부재리(한번 판결이 확정된 범죄는 다시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출 장소 다르면 죄도 다르다?…추가 처벌 '가능'"
A씨의 악몽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위조된 문서를 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기나긴 법정 다툼 끝에 지난해 2월, 법원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문제는 그가 2023년 8월, 이혼소송 중이던 법원에도 같은 위조문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고소인은 바로 이 부분을 문제 삼아 A씨를 다시 고소했다.
다수 변호사는 '추가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위조된 문서가 같더라도, 문서를 사용한 '행사' 행위가 여러 번이면 각각의 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황미옥 변호사는 "위조 사실을 모르는 이혼 재판부에 문서를 냈다면 별개의 위조사문서행사죄"라며 "행정심판 건과 상대방이 다르므로 별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창협 변호사 역시 "이미 처벌받은 행위와 다른 곳에 제출했다면 새로운 범죄"라고 못 박았다.
"아니다, 판결 한번으로 끝난 일…'일사부재리' 원칙이 우선"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확정판결이 나온 이상, 추가 처벌은 헌법상 원칙인 '일사부재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여러 번의 문서 제출을 하나의 범죄 덩어리, 즉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모여 하나의 죄를 구성)'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최성현 변호사는 "판례는 동일 위조문서를 여러 번 행사해도 포괄일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1차 사건으로 처벌받았으므로 2차 고소는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김경태 변호사도 "이혼소송 제출은 첫 판결이 확정되기 전의 행위"라며 "이전 재판에서 함께 다뤘어야 할 사안이므로 일사부재리 원칙 위배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운명 가를 열쇠, 첫 판결문 속 '범죄사실'에 달렸다"
결국 A씨의 운명은 법원이 그의 행위를 '포괄일죄'로 보느냐, 아니면 각각의 범죄인 '경합범(여러 개의 독립된 죄)'으로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포괄일죄로 인정되면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 첫 재판의 효력이 두 번째 행위에도 미치기 때문이다.
반면 경합범으로 판단되면 A씨는 또다시 피고인석에 앉아야 할 수 있다. 다만 이슬기 변호사는 "설령 재판을 받더라도 형법 제39조에 따라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첫 재판 때 함께 심리했다면 형량이 크게 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고려해주는 조항이다.
전문가들은 A씨가 가장 먼저 '첫 사건의 판결문'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판결문에 적힌 '범죄사실'의 범위가 이번 사건의 향방을 결정할 결정적 단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