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알바'의 덫…캄보디아 감금 청년, 1억 사기 공범 전락
'고수익 알바'의 덫…캄보디아 감금 청년, 1억 사기 공범 전락
여권 뺏기고 강제노동…'강요된 행위' 입증 못하면 실형 위기

'고수익 취업' 미끼에 캄보디아로 가 보이스피싱에 강제 동원된 20대가 귀국 1년 만에 사기 공범으로 체포됐다. / AI 생성 이미지
'고수익 취업' 미끼에 캄보디아로 향한 20대, 여권 강탈과 감금 속 보이스피싱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천신만고 끝 귀국했지만 1년 만에 1억 사기 공범으로 체포됐다. '피해자'라는 절규와 '공범'이라는 낙인 사이, 법조계는 강요에 의한 범행이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꿈의 알바, 지옥으로 변한 2개월
범죄 전력 하나 없던 A씨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것은 2025년 2월, 고향 친구 4명과 함께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만 믿고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오르면서부터다.
그러나 현지 도착과 동시에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정체불명의 조직은 사전에 들은 설명과 실제 업무 내용이 다르다며 귀국을 요구하는 A씨의 여권을 강제로 빼앗고 사실상 감금 상태에 몰아넣었다.
이후 약 2개월 동안 A씨는 자유로운 이동이나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강제로 보이스피싱 콜센터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는 지속해서 귀국 의사를 밝혔으나 묵살당했고, '부친 건강 문제'라는 거짓말까지 동원한 끝에야 겨우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 덮친 수갑…'1억 사기범' 낙인
귀국 후 악몽을 잊고 평범한 회사에 취업해 생활하던 A씨에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2026년 1월 중순, 경찰이 그를 덮쳤고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혐의로 체포돼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
경찰이 발부한 체포통지서에는 그의 혐의가 냉정하게 적혀 있었다. " 전기통신금융사기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에서 국내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무작위로 전화하는 1차 역할 및 고객센터를 가장하여 고객상대 상담하는 2차 역할을 하는 등 범죄단체 구성원으로 가입 활동하였고, 피의자는 공범및 성명불상 범죄조직원들과 공모하여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일명 보이스피싱수법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였으며, 피해자로부터 경남은행계좌로 합계 1억을 송금을받아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였다 "라는 내용이었다.
A씨 측은 자의가 아닌 감금과 협박에 의한 강제노동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조계 "핵심은 '강요된 행위', 그러나 입증은 험난"
A씨의 운명을 가를 핵심 쟁점은 그의 행위가 '강요'에 의한 것이었음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여권을 강제로 회수당하고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자발적 범죄단체 가입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강요 또는 위력에 의한 행위라면 책임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여지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무법인(유) 한별 고용준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사건은 수사기관이 ‘가담 경위와 인식 정도’를 엄격히 보므로, 단순히 속아서 갔다거나 몰랐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객관적 자료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라고 경고했다. 강압적 상황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높은 장벽이 놓여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이주한 변호사 역시 "단순히 귀국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당시 통제 구조와 탈출 가능성, 실제 역할의 구체적 내용이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생존 위한 사투, 어떻게 증명하나?
변호인들은 강제성을 입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증거'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구체적으로는 여권 강제 회수 사실, 귀국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시한 정황, 감금 및 통제 상태를 입증할 수 있는 카카오톡·문자 내역, 동행했던 친구 4명의 일관된 진술 등을 조기에 확보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범죄 수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한 입증 포인트다. 올인 법률사무소 허동진 변호사는 "A씨가 받은씨가 돈이 '범죄 수익 배분'이 아닌 실비 수준의 급여였음을 금융 거래 내역을 통해 증명하고, 귀국 직후 일반 회사에 취업하여 성실히 생활한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A씨가 범죄 조직의 '공범'이 아닌 또 다른 '피해자'였음을 입증하는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수사 초기 진술이 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률 전문가들은 신속한 변호인 조력을 통해 일관된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