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딸 길에 버린 아빠"…양육권·재산 지키려는 엄마의 사투
"8살 딸 길에 버린 아빠"…양육권·재산 지키려는 엄마의 사투
CCTV 확보부터 양육비 방어, 상속 설계까지 얽힌 법적 실타래

8살 딸에 대한 전 남편의 정서적 학대를 본 A씨는 양육권 변경을 결심했다. / AI 생성 이미지
"아빠가 엄마 집에 가서 살래요." 8살 딸아이가 등굣길 차도에서 울부짖는 모습을 영상통화로 지켜본 엄마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재혼한 전남편의 반복되는 정서적 학대에 양육권 변경을 결심했지만, 눈앞의 현실은 첩첩산중이다. 결정적 증거가 될 CCTV 확보는 물론, 양육비 증액이라는 역공과 사후 재산 문제까지, 한 엄마의 절박한 외침에 담긴 복잡한 법적 쟁점들을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짚어본다.
"엄마 집 가라" 윽박…길 위에 혼자 남겨진 8살 딸
지난 6월 1일 오전, 엄마 A씨는 악몽 같은 영상통화를 받았다. 8살 딸아이가 아빠와 함께 있고 싶다며 등교를 거부하자, 전남편이 "엄마랑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라"며 윽박지르는 장면이었다.
아빠의 고함에 겁먹은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지만, 전남편은 그대로 아이를 길에 둔 채 뛰어갔다. 오토바이와 차가 오가는 위험한 길에서 아이는 울면서 아빠만 쫓아갔다.
A씨에 따르면, 전 남편이 "엄마 집 가서 살라"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이는 이전에도 여러 번 울면서 데리러 와 달라고 전화한 적이 있었다.
결국 A씨는 아이의 양육 환경이 복리를 심각하게 해친다고 판단해 양육권 변경을 위한 법적 대응을 결심했다.
'결정적 증거' CCTV, 30일의 시간 제한…'선 보존, 후 확보'가 관건
양육권 다툼의 첫 관문은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 확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개인이 영상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제3자의 얼굴 등이 함께 촬영된 경우 개인정보 문제로 개인에게 직접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영상 확보의 핵심은 속도전이다. CCTV 영상은 통상 30일 내외로 보관 기간이 짧아 삭제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선 보존, 후 확보' 전략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학교나 지자체 등 관리 주체에 즉시 '영상 보존 요청'을 해 삭제를 막은 뒤, 양육권 변경 심판 등 소송 절차 안에서 법원을 통해 '증거보전 신청'이나 '사실조회' 등의 방법으로 영상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양육권 변경 vs 양육비 증액…두 갈래의 법적 다툼
길에 아이를 두고 간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일만으로 양육권이 즉각 변경되기는 어렵다.
법무법인 연우 이숭완 변호사는 "양육권 변경은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으나, 한 장면만으로 바로 인정되기보다는 아이의 불안, 반복된 '엄마 집 가라'는 발언, 재혼 후 생활환경 변화, 양육자의 태도까지 종합해 입증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원은 부모의 감정보다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므로, 아이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심리상담 기록 등)를 꾸준히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전남편은 A씨의 소득 증가를 이유로 '양육비 증액' 청구를 예고하며 역공에 나선 상황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양육비는 부모 쌍방의 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라 정해진다.
A씨의 소득이 오른 만큼 양육비 증액 가능성은 있지만, 상대방이 소득을 숨길 경우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정확한 재산을 파악해 다툴 수 있다.
"내 재산, 전남편이 못 쓰게"…유언장만으론 부족한 이유
A씨의 마지막 고민은 자신의 사후 재산 문제였다. 만약 자신이 사망하면 미성년자인 딸이 상속인이 되지만, 법정대리인인 친권자 전 남편이 그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이 상황을 막고 싶었던 A씨는 유언장의 효력을 물었지만, 전문가들은 '유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의뢰인님 유고 시 미성년 자녀가 상속받는 재산을 전남편이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려면, 단순한 유서보다는 유언대용신탁이나 유언집행자 지정을 통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효력이 발생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유언집행자로 지정하거나, 신탁회사가 재산을 관리하도록 하는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활용해야 전남편의 재산 처분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