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오토바이 치어 80m 매달고 달린 운전자… 법원 "가해자 유산 충격 참작"
무단횡단 오토바이 치어 80m 매달고 달린 운전자… 법원 "가해자 유산 충격 참작"
과속·전방주시 태만으로 60대 사망케 해
법원 "피해자 적색신호 무단횡단 과실 커"
가해자도 사건 후 태아 유산

과속 차량에 치인 6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진 사건에서 법원은 가해 운전자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셔터스톡
야심한 새벽, 과속으로 달리던 승용차에 치인 6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차량 밑에 끼인 채 80m를 끌려가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은 엄벌을 탄원했지만, 1·2심 법원은 가해 운전자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무단횡단 과실과 함께, 사고 직후 가해 운전자가 뱃속의 태아를 잃는 비극을 겪은 점 등이 양형에 주요하게 참작됐다.
새벽 3시의 참극… 차량 밑에 낀 채 80m 끌려간 피해자
사건은 지난 2024년 6월 5일 새벽 3시쯤 경북 경산시의 한 편도 3차로 도로에서 벌어졌다. 피고인 A씨는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 제한속도 시속 60km 구간을 시속 77km로 과속하며 달리고 있었다.
전방주시를 소홀히 한 A씨는 마침 진행 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남·63세)의 오토바이 옆부분을 승용차 앞 범퍼로 들이받았다.
충돌 후 바닥에 넘어진 B씨는 승용차 앞 범퍼 하단에 끼인 상태로 약 80m 거리를 그대로 끌려갔다. 이 사고로 B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1·2심 모두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유는
1심 재판부인 대구지방법원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사와 피고인 모두 형량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한 결과가 발생하였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범행의 중대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몇 가지 중요한 감경 사유를 들어 실형을 면해 주었다.
피해자의 무단횡단 과실, 그리고 피고인의 유산
법원이 주목한 가장 큰 감경 사유는 피해자 측 과실이었다. 사고 당시 A씨의 차량은 녹색 신호에 정상 진행 중이었던 반면, 사망한 B씨는 보행자 적색신호에 오토바이를 탄 상태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여기에 피고인 측의 상황도 참작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이후 태아를 유산하는 등 스스로도 상당한 충격감을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명시했다.
아울러 A씨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으로서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있는 점,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유족을 위해 5000만 원을 공탁한 점 등도 유리한 정상으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