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과실 80%인데 산재 되나요?" 배달기사의 눈물
"제 과실 80%인데 산재 되나요?" 배달기사의 눈물
신호위반 사고로 중상...전문가들 "과실과 업무상 재해는 별개"

신호위반 사고를 낸 배달기사가 높은 과실로 산재 신청을 망설이자, 전문가들은 고의가 아니라면 과실과 무관하게 산재가 인정된다고 말한다. / AI 생성 이미지
야간 배달 중 신호 위반으로 큰 사고를 낸 배달기사. 4개월 넘게 입원 치료 중이지만, 높은 자기 과실 때문에 산재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고의가 아닌 이상 과실이 높아도 산재는 가능하다"며 "섣불리 보험사와 합의해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내가 더 잘못했는데..." 신호위반 사고 후 4개월 입원, 막막한 배달기사
밤늦은 시간, 배달 업무를 하던 한 라이더가 교차로에서 좌회전 차량과 크게 충돌했다. 신호가 바뀔 때 직진하던 중이었다.
이 사고로 그는 4개월 넘게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지금도 한방병원과 정형외과를 오가며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당장의 생계수단이었던 배달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의 마음을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자신의 과실'이다. 그는 스스로 "과속 약간이랑 신호 위반일 것 같다"며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인정했다.
상대 보험사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산재'라는 제도를 알게 됐지만, "제 과실이 높으면 안 될까요?"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법률 전문가들에게 문을 두드렸다.
"과실 높아도 OK"... 전문가들 "산재, 과실 안 따져요"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과실이 높아도 산재 신청은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산재보험의 핵심은 '과실 비율'이 아닌 '업무 관련성'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태림의 김정현 변호사는 "산재보험은 교통사고의 과실 비율을 따지는 제도가 아니라, 업무 중 발생한 사고인지가 중요하다"며 "배달 업무를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본인 과실이 상당히 있더라도 산재 승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호 위반이나 과속이 있었더라도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 아닌 이상 산재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 역시 "귀하의 과실이 있더라도 산재 처리는 별개로 가능하다"며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업무 중 다쳤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사고의 과실 비율과는 무관하게 신청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음주운전이나 범죄 수준의 중과실이 아닌 한, 일반적인 교통법규 위반이 산재 적용을 막는 경우는 드물다.
산재는 산재, 보험사는 보험사… '투트랙' 전략이 유리
전문가들은 '산재 처리'와 '상대 보험사와의 합의'를 별개로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을 권고했다. 두 제도는 보상 범위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은 과실과 무관하게 치료비(요양급여), 일을 못 한 기간의 소득 일부(휴업급여), 후유장해가 남았을 때의 보상(장해급여)을 책임진다.
이에 비해, 상대 보험사로부터 받는 손해배상금은 본인 과실 비율만큼 깎인다. 법률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경우, 신호 위반 과실로 인해 배달기사의 과실이 70~90%까지 잡힐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산재보험을 먼저 처리한 후 상대 보험사와 나머지 손해에 대해 협의하는 방식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산재로 치료비와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받은 뒤, 산재에서 보상하지 않는 위자료나 본인 과실 상계 후 남은 손해액 등을 상대 보험사에 추가로 청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