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후 딱 한 잔 했는데…음주측정 거부, 유죄인가?
주차 후 딱 한 잔 했는데…음주측정 거부, 유죄인가?
'운전 안 했다' 항변했지만 구속영장 청구…법적 쟁점은?

한 운전자가 주차 후 술을 마시다 음주측정을 요구받고 거부했다가 음주측정거부 혐의를 받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술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게에 들어가 술을 마셨을 뿐인데, 음주운전자로 몰려 음주측정을 요구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전 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측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실질심사까지 받게 된 한 운전자의 사연이 법조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운전 행위가 끝난 뒤의 음주와 측정 거부를 둘러싼 복잡한 법적 쟁점을 파헤쳐 본다.
"운전 끝난 뒤 음주"... 억울한 측정거부의 함정
사건의 발단은 한 통의 경찰 전화였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차를 몰아 술집 주차장에 세운 A씨. 가게 안에서 술을 마시던 중 "주차된 차로 와달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차량이 비틀거렸다는 음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며 A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A씨는 운전 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이유로 측정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 거부 행위는 곧바로 A씨의 발목을 잡았다. 경찰은 음주측정거부 혐의를 적용했고, 심지어 이전 동종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다행히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를 기각했지만, A씨는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운전과 음주의 시간적 순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음주 전 운전이 종료된 상황이였으므로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 운행이 완전히 종료된 후 음주를 시작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CCTV, 술집 영수증, 목격자 진술 등의 증거를 확보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경찰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측정 거부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장은 기각됐는데... 수사 지지부진, 경찰의 속내는?
A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김경태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된 점은 긍정적인 신호이며, 이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영장 기각 후에도 경찰이 수개월째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 않자 A씨의 답답함은 커지고 있다. 경찰의 송치 지연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경찰에서는 A씨가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수사중일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영장이 기각될 만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자, '차량 비틀거림' 신고의 신빙성을 확인하거나 주변 CCTV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보강 수사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술집으로 가서 주차를 한 후 술마시는 도중 경찰이 전화가 와서 음주측정을 요구한 경우라면, 음주측정을 거부하더라도 이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라며 무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찰이 혐의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불송치 결정을 고심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형사처벌 피해도 '면허취소'는 별개... 구제 방법은?
설령 A씨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내려진 '운전면허 취소'라는 행정처분은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음주 측정 거부로 인한 행정처분(면허 취소)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무관하게 유지됩니다."라면서 "불송치가 결정되더라도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통해 별도로 결격 해제를 요청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형사 절차와 행정 절차는 별개로 진행되므로, 형사사건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면 이를 근거로 신속하게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제기해 취소된 면허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운전 종료 후 음주를 했더라도 섣불리 측정을 거부하기보다, 우선 측정에 응한 뒤 운전 시점에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음을 법적으로 다투는 것이 더 현명한 대응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