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피해자 "혼자 조사받고 싶어요"…'권리 vs 의무' 변호사들 충돌
17세 피해자 "혼자 조사받고 싶어요"…'권리 vs 의무' 변호사들 충돌
'의무'라는 잘못된 법률자문까지 등장, 피해자 보호 제도가 되레 혼란 초래

만 17세 성범죄 피해자가 보호자 없는 단독 조사를 원했으나, 동석 의무 여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렸다. / AI 생성 이미지
"여러 번 얘기하기도 너무 힘듭니다." 수차례 성범죄 피해 조사를 받던 만 17세 피해자의 절박한 질문에 법조계가 엇갈린 답변을 내놨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보호자 동석은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답했지만, 일부에선 '법정대리인 동행은 의무'라는 정반대 주장이 나와 혼란을 키우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2차 가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번 말하기 너무 힘듭니다"…보호자 없는 조사를 원하는 17세
몇 달에 걸쳐 여러 건의 성범죄 피해 조사를 받아온 만 17세 A양. 그는 반복되는 진술 과정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문을 두드렸다.
A양은 "자세히 얘기하기도, 여러 번 얘기하기도 너무 힘듭니다"라며, 현재 동석 중인 성착취 피해센터 상담사 없이 홀로 조사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부모님도 사건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완강하게 거부하면, 혼자 조사받아도 문제 없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으며 절박한 심정을 전했다.
법조계 다수 "의무 아닌 권리, 혼자 조사 가능하다"
A양의 질문에 대다수 변호사는 '보호자 동석은 의무가 아닌 권리'라며 혼자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폭력범죄 특례법상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는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장치일 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성폭력범죄 특례법은 신뢰관계인이 피해자에게 불리하거나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동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 역시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신뢰관계인의 동석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보호를 위한 제도일 뿐이며, 특히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동석 여부의 최종 결정권이 피해자 본인에게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반드시 동행해야, 의무사항"…정반대 답변에 커지는 혼란
하지만 한 변호사는 완전히 상반된 의견을 내놓아 혼란을 키웠다. 그는 "피해자가 미성년이라면 경찰조사 시 법정대리인을 동행해야 합니다. (의무사항)"라고 단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는 다수 변호사의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제공된 법적 분석에 따르면, 현행 형사소송법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만 신뢰관계인 동석을 의무화하고 있다. 만 17세인 A양의 경우, 동석은 강제할 수 없는 '권리' 사항이다. 결국 법적으로 보장된 피해자의 권리가 일부의 잘못된 법률 자문으로 인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