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25가 갈라놓은 자매의 호적…70년 만에 유전자 검사로 2억 예금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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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25가 갈라놓은 자매의 호적…70년 만에 유전자 검사로 2억 예금 찾았다

2026. 06. 22 16:4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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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혈단신 떠난 동생의 2억 예금

조카와 유전자 검사로 혈연 입증

법원 "대습상속 인정"

6.25 전쟁으로 서류상 남남이 된 이산가족 자매의 혈연관계가 유전자 검사로 인정돼 조카들이 이모의 예금을 상속받게 됐다. /셔터스톡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헤어져 평생을 서류상 '남남'으로 살아야 했던 이산가족 자매의 핏줄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반세기 만에 법정에서 증명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지현 판사는 지난 8월 26일, 사망한 동생의 조카 4명이 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공탁물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에서 "조카 4명에게 각각 약 5449만 원씩 출급할 권리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류상 '남남'이 된 친자매… 6.25 전쟁이 남긴 호적의 비극


언니 A씨와 동생 B씨는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친자매였지만, 6.25 전쟁 이후 이산가족이 되면서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했다. 전쟁 통에 뿔뿔이 흩어지면서 두 사람의 호적은 완전히 엉켜버렸다.


언니 A씨는 친척 호적에 입적해 가정을 꾸렸다. 반면 동생 B씨는 오랜 기간 호적 없이 지내다가, 1971년에 이르러서야 어머니의 이름만 올려 스스로 새로운 호적을 만드는 '일가창립'을 해야 했다.


동생 B씨의 호적상 아버지는 아예 빈칸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의 제적등본상 부모 이름은 완전히 다르게 기록됐다. 피를 나눈 친자매였지만, 법적으로는 완벽한 남남이 되어버린 것이다.


혈혈단신 떠난 동생의 2억 예금… 은행은 "진짜 핏줄 맞나"


세월이 흘러 언니 A씨는 2003년에 먼저 세상을 떠났고, 동생 B씨 역시 2019년 10월 슬하에 자녀 없이 눈을 감았다. B씨의 남편마저 아내보다 열흘 앞서 사망하면서, B씨가 남긴 약 2억 1000만 원의 은행 예금은 주인을 잃게 됐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언니 A씨의 네 자녀가 이모 B씨의 예금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서류상 혈연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며 예금 지급을 거절했다.


결국 은행은 "누가 진정한 채권자인지 알 수 없다"며 예금 원리금 합계 약 2억 1798만 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조카와의 유전자 검사로 맺은 결실… 법원 "대습상속 인정"


견고했던 서류상의 벽을 허문 것은 과학의 힘이었다. 조카 중 한 명과 망인 B씨 사이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두 사람이 "동일 모계에 의한 혈연관계가 성립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재판부는 이 유전자 검사 결과와 제반 사정을 근거로 "언니 A씨와 망인 B씨는 친자매가 맞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망인 B씨는 자녀와 직계존속, 남편이 모두 사망한 상태이므로 유일한 상속인은 친언니인 A씨가 된다"며 "A씨가 먼저 사망했으므로 그 자녀들인 원고들이 망인을 대습상속하게 되었다"고 판시했다.


6.25 전쟁으로 끊어졌던 가족의 연이 70여 년 만에 법정에서 다시 이어지며, 네 조카는 이모의 유산을 4분의 1씩 나누어 받을 수 있게 됐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단5373687 판결문 (2025. 8. 26.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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