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술 대신 사주겠다"... SNS 대리구매, 그 끝은 압수수색?
별 생각 없이 "술 대신 사주겠다"... SNS 대리구매, 그 끝은 압수수색?
전문가들 "금전 이득 없고 미수 그쳤다면 구속 가능성 낮아... 첫 조사 대응이 관건"

A씨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술 구매 의뢰를 받고 술을 대신 사주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SNS 통한 주류 대리구매,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증거인멸 우려 시 휴대폰 압수수색 가능"
"그냥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막상 만나보니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어 돈을 안 받으려던 순간, 모든 게 꼬여버렸습니다." SNS로 술을 대신 사주려다 경찰 조사를 앞두게 된 한 시민의 사연이다.
사건의 발단은 트위터였다. A씨는 자신의 지역에서 술을 대신 구매해 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별다른 생각 없이 쪽지를 보냈다. 상대방의 나이나 성별은 전혀 알지 못했다. 호기심과 함께 '설마 무슨 일 있겠어' 라는 안일한 마음이 전부였다.
상대방은 술 두 병 값에 수고비 몇 천 원을 더 얹어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장을 보러 가는 김에 해주겠다며 집 근처 편의점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잠시 후, 택시를 타고 나타난 상대방. A씨는 약속대로 술을 구매했지만, 편의점 문을 나서는 순간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는 상대방에게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술을 건네주려 했다.
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을 의심스럽게 지켜보던 편의점 직원이 다가와 이들을 만류했다. 당황한 A씨는 성적인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트위터 대화 이야기가 나왔다. 직원이 "떳떳하면 대화 내용을 보여달라"고 하자, A씨는 창피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대화 내용을 삭제해버렸다. 결국 이 일은 경찰에 신고됐고, A씨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앞두게 됐다.
대화 삭제, '증거인멸죄'로 가중처벌 되나?
A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은 경찰 신고 직전 대화 내용을 삭제한 행위다. 이것이 '증거인멸'로 인정돼 더 큰 처벌을 받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 형법 제155조가 규정하는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앴을 때 성립한다. 자신의 범죄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심규덕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대화내용 삭제는 증거인멸 시도로 해석될 여지는 있으나, 신고 이전에 이뤄졌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의 우발적 행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 만으로 구속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처벌받는 범죄는 아니지만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는 의미다.
경찰이 내 휴대폰을 압수수색할 수 있을까?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다. 수사기관은 A씨의 행위 자체를 문제 삼아 휴대폰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조치홍 변호사(법률사무소 문)는 "핸드폰 압수수색 가능성이 있으며, 삭제된 메시지도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을 통해 복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씨가 대화 내용을 삭제한 행위 자체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어,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미성년자였다면 A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된다. 해당 법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거나, 청소년의 부탁을 받고 술을 사다 주는 행위 모두를 금지하며,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결국 구속까지 될 수 있는 사안인가?
압수수색 가능성과는 별개로, 변호사들은 구속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았다. 구속은 범죄 혐의가 뚜렷하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클 때 이뤄지는 강제처분이다. 심규덕 변호사는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결국 사건의 향방은 첫 경찰 조사에 달렸다. 전문가들은 변호사와 동행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조치홍 변호사는 "첫 조사에서 주관적 고의가 없었음을 강조하고, 금전 수취 사실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메시지 삭제는 법적 문제를 숨기려 한 것이 아니라 당황해서 한 행동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호기심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경찰 조사실의 문을 열었다. A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이라는 잠재적 처벌의 위험과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에 놓였다. 그 문 안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가 그의 남은 법적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