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자" 졸라놓고 연락두절…피해자 두 번 울린 가해자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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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자" 졸라놓고 연락두절…피해자 두 번 울린 가해자측

2026. 04. 23 09:4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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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D-2, 변호사들 "기만적 2차 가해…엄벌탄원서 즉시 제출해야"

성범죄 가해자 측이 합의를 종용하다 피해자가 동의하자 연락을 두절하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 / AI 생성 이미지

성범죄 2심 선고를 앞두고 가해자 측 변호사로부터 반강제적인 합의 종용에 시달리던 피해자. 고심 끝에 합의 의사를 밝혔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과 무시였다.


피해자를 형량 감경의 도구로만 여기는 기만적인 행태에 법조계는 '전형적인 2차 가해'라며, 통화 기록 등 증거를 첨부한 엄벌탄원서를 즉시 제출해 가해자의 비상식적 태도를 재판부에 알려야 한다고 강력히 조언했다.


합의 압박에 마음 돌리니…돌아온 건 '침묵'


성범죄 피해자 A씨는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가해자 측 변호사로부터 악몽 같은 연락을 받기 시작했다. A씨는 "합의하고 싶지도 않은데 택도 없는 합의금을 제시하며 합의해 달라고 거의 반강제하듯 졸랐습니다"라고 당시의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A씨가 합의 의사가 없다고 밝히자 가해자 측은 보석 신청 카드를 꺼내 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계속되는 압박에 지친 A씨는 결국 선고 일주일을 앞두고 마음을 바꿔 합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약속이라도 한 듯 가해자 측 변호사는 그 순간부터 연락을 끊어버렸다. 선고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고, A씨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합의해 달라고 졸랐다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지 이해가 가지 않습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선고 당일 탄원서도 효과 있나?…법원 "피해자 의사 끝까지 본다"


이미 심리가 종결된 상황에서 탄원서 제출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법률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선고 전날·당일 엄벌탄원서 제출도 가능하며, 재판부가 참고할 수 있어 효과는 있습니다(다만 이미 심리가 종결된 상태라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음)"라고 설명했다.


실제 판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합의서를 냈다가 다시 엄벌탄원서를 낸 것에 대해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피해자의 최종 의사를 양형에 반영한 바 있다(광주지법 해남지원 2022고단104).


즉, 선고 직전이라도 합의가 파기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면, 양형에 참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석 기각'되니 돌변?…"전형적 수법, 명백한 2차 가해"


그렇다면 가해자 측은 왜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일까? 전문가들은 '전략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정향의 김연수 변호사는 "가해자가 현실적으로 합의금을 마련할 돈이 없어서 합의 자체를 포기한 상황일 가능성이 큽니다"라며 "보석 신청까지 기각된 마당에 무리해서 돈을 구하기보다는 그냥 형량을 감수하려는 속셈일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짚었다.


이는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리기보다 오직 형량 감경만을 노린 기만적 행위로, 그 자체로 '2차 가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률사무소 반석 최이선 변호사는 "무리한 합의 종용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가해자 측이 진지한 반성 없이 피해자를 농락했다는 점을 탄원서에 담는 것이 의뢰인님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변호사의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한 '변호사윤리장전' 제11조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행위는 윤리적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피해자 최선의 대응은?…'기록'과 '엄벌 의지'가 무기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으로 '엄벌 탄원서 제출'을 꼽았다.


법무법인시티 이지훈 변호사는 "합의 종용 과정에서의 압박 경위, 합의 의사 변화 과정, 현재 연락두절 상황 등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첨부하시면 설득력이 높아집니다"라고 강조했다.


가해자 측 변호사와의 통화 기록, 문자 메시지 등은 가해자의 반성 없는 태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에 따라 피해자는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법적 절차에 따라 가해자 측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변호사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결국, 가해자의 기만적 태도를 상세히 기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벌을 원한다는 의지를 재판부에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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