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신호위반, 상대도 신호위반…왜 나만 가해자인가?
나도 신호위반, 상대도 신호위반…왜 나만 가해자인가?
"벌금도 전과"…전문가들, 기소유예 위해 합의 권고

쌍방 신호위반 교통사고라도 상해를 입지 않은 운전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적색 신호를 받고 교차로를 지나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나도, 상대도 신호 위반이지만, 다친 쪽은 오토바이 운전자뿐이라 나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가해자'가 된 상황.
주변에선 벌금 내고 끝내라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벌금도 평생 남는 전과"라며 "운전자 보험이 있다면 기소유예를 목표로 합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둘 다 잘못했는데, 왜 나만 처벌받죠?"
새벽 출근길,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에 진입한 운전자 A씨는 좌회전하던 오토바이와 충돌했다. CCTV 확인 결과, A씨는 적색 신호에, 오토바이 운전자 B씨는 황색 신호에 진입한 '쌍방 신호 위반' 사고였다.
하지만 다친 사람이 B씨(전치 2주)뿐이라는 이유로 법적 책임은 오롯이 A씨에게 돌아왔다. A씨에게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가 적용된 것이다.
백서준 변호사(오엔 법률사무소)는 이 상황에 대해 "둘 다 신호위반이지만 상대방은 상해를 입었고, 작성자분은 상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작성자분에게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가 성립하는 사안입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억울함도 잠시, 피해자 B씨에게서 합의를 논의하자는 연락이 오면서 A씨의 진짜 고민은 시작됐다.
벌금 내면 끝?…"벌금형도 지워지지 않는 전과입니다"
A씨의 주변에서는 "부상이 경미하니 그냥 벌금 내고 끝내라"는 말이 많았다. 경찰 역시 합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단호하게 달랐다. '전과 기록'이 남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벌금도 전과이므로 벌금을 최소화할 필요는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합의를 통해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아 검찰에 제출하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열린다고 조언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나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벌금형과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벌금 전과도 평생 없어지지 않으므로 가급적 합의하고 기소유예를 목표로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권고했다. 특히 A씨처럼 운전자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합의금이나 벌금 지원이 가능하여 합의를 망설일 이유가 더욱 적다.
합의금은 얼마가 적당할까? "100만원이면 충분"
A씨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합의금 액수였다. 피해자는 구체적인 금액을 말하지 않고 "알아보고 연락 달라"는 입장이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부상 정도(전치 2주, 부상급수 14급)와 상대방의 과실(황색 신호 위반)을 고려할 때 과도한 합의금은 불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기현 변호사는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며 "상대방 과실도 있고 전치 2주에 불과하므로 100만 원 정도면 충분해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미한 부상이므로 너무 많은 합의금을 부르면 포기하시고요"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통상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에서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김경태 변호사는 "운전자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합의금이나 벌금에 대한 보장이 된다면, 적절한 합의를 통해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며 합의가 "벌금 감경의 효과뿐만 아니라, 사고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피해회복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합의서에 '이 문구' 없으면 낭패…민·형사 분쟁 막으려면
합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합의서 작성에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돈을 건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법적 분쟁의 싹을 잘라내는 것이 핵심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서에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문구가 있어야 추후 피해자가 치료비 등을 이유로 추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오지영 변호사(법무법인 명륜)는 "이륜차 사고의 특성상 향후 후유증이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면 합의를 통해 민형사상 문제를 일괄 해결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또한,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처벌불원서'를 함께 받는 것도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