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스코드에 있지도 않았다”…유령 계정에 ‘학폭 가해자’ 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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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스코드에 있지도 않았다”…유령 계정에 ‘학폭 가해자’ 된 학생

2025. 10. 14 10:4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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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는 없었다, 징계는 있었다. 90일 안에 ‘디지털 지문’ 못 찾으면 낙인…한 학생의 절박한 싸움

디스코드 계정을 도용한 누군가가 A씨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만들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디스코드 유령 계정, 평범한 학생을 '학폭 가해자'로 만들다


존재조차 몰랐던 온라인 메신저 ‘디스코드’의 유령 계정 하나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누군가 A군의 이름을 훔쳐 다른 학생을 모욕했고, 학교는 A군에게 ‘학폭 5호 처분’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겼다. 하지도 않은 일로 가해자가 된 한 학생의 절박한 외침이 디지털 시대의 허점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유령이 저지른 죄, 내가 뒤집어썼다”


사건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디스코드 채팅방에 나타나 A군의 이름을 사칭했다. 그는 과거 A군과 갈등이 있었던 B양의 학교폭력 관련 서류를 게시하며 B양을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A군은 이 모든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저는 디스코드를 하지도 않는다”는 항변은 공허한 메아리였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그러나 A군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그에게 내려진 5호 처분은 ‘특별 교육 및 심리치료’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훈계가 아닌, 학생부에 기록되어 장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징계다. 사실상 ‘문제 학생’이라는 공식적인 낙인이 찍힌 셈이다. 여기에 보복행위 금지, 사회봉사 처분까지 더해졌다.


설상가상으로 B양은 “A군이 내 구글 계정 접속을 시도하고 협박 전화를 했다”는 추가 신고까지 했다. 다행히 이 주장은 뚜렷한 증거가 없어 학폭위에서 기각됐지만, A군에게는 이미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다. “증거도 없이 어떻게 사람을 가해자로 만드느냐”는 A군의 절규는 깊은 억울함만을 남겼다.


90일의 사투…‘디지털 지문’만이 유일한 구원


이제 A군에게 남은 시간은 단 90일이다. 학폭위의 처분은 행정처분이므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불복할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억울한 징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것이다. A군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사투의 시작이다.


법적으로 A군 측은 학폭위 처분의 부당함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A군을 사칭한 계정의 고유 식별 번호와 접속 IP 주소가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디지털 지문’을 확보하는 것이 결백을 증명할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가장 큰 벽은 디스코드가 미국 회사라는 점이다. 국내 수사기관이 정보 제공을 요청해도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9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바다 건너 기업으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받아내야 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싸움이 시작됐다.


거짓 신고의 대가…‘무고죄’라는 역공, 가능할까?


한편, A군을 더 큰 궁지로 몰았던 B양의 추가 신고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되고 있다. 만약 B양이 A군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면, 이는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무고죄 성립이 까다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폭위에서 B양의 일부 주장이 증거 부족으로 기각된 점은 A군에게 유리한 정황이지만, 상대방이 ‘A군일 것으로 착각했다’고 주장할 경우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A군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외로운 법정 다툼에 나서야만 하는 처지다. 이번 사건은 익명성에 기댄 온라인 사칭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쉽게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진실 규명이 얼마나 험난한 과제인지를 우리 사회에 무겁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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