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긴 인감도장, 날벼락 빚더미로… 동업자 배신에 ‘투트랙’ 대응법
믿고 맡긴 인감도장, 날벼락 빚더미로… 동업자 배신에 ‘투트랙’ 대응법
나도 모르게 주채무자 된 황당한 사연… 법률 전문가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동시 진행해야”

동업자가 법인 운영에 필요하다며 가져간 인감도장을 무단으로 사용해 자신을 주채무자로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도장이 왜 거기서 나와?”…동업자 믿었다가 빚더미, 탈출구는?
법인 운영을 돕기 위해 동업자에게 맡겨둔 인감도장이 어느 날 자신을 거액의 주채무자로 만드는 족쇄가 되어 돌아왔다. 동업자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동의 없이 자신을 주채무자로, 동업자 본인은 보증인으로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돈은 구경도 못 해봤지만, 서류상으로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위기에 처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점장 직책으로 동업자 A씨와 법인을 운영하던 B씨. A씨가 “지인들에게 자금을 빌려오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B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뒤늦게 확인한 차용 계약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주채무자 칸에는 B씨의 이름이, 보증인 칸에는 A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B씨의 인감도장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B씨는 도장을 찍어준 적도, 보증을 서겠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 법인 설립에 필요하다며 빌려 갔던 도장이 배신의 비수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황당한 빚더미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 확보’다.
서정식 변호사는 “‘내가 채무자로 되어 있는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고, 도장도 찍은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A가 어떻게 설명하는지 녹취해 두라”고 조언했다. 이주락 변호사 역시 “‘카톡’이나 ‘녹음 가능한 통화’를 이용해 ‘도장 찍을 권한을 준 적 없는데 왜 그랬냐’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자백이나 변명을 기록으로 남겨 향후 법적 다툼에서 결정적 증거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거가 확보됐다면 첫 번째 트랙인 ‘형사 고소’에 돌입해야 한다. 동의 없이 남의 인감도장을 사용해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다. 이성준 변호사는 상대방의 행위가 “동의 없이 인감도장을 사용한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태 변호사 또한 “형사적으로는 사문서위조죄 등이 문제될 수 있다”며 형사 처벌 가능성을 명확히 했다. 형사 고소는 상대방을 압박하고, 민사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효과도 있다.
두 번째 트랙은 ‘민사 소송’이다. 채권자(A씨의 지인들)가 계약서를 근거로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것에 대비해, B씨에게는 채무가 없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확인받아야 한다. 이를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라고 한다.
조기현 변호사는 “민사적으로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해두어야 예기치 못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아람 변호사는 “인감도장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사용에 관한 포괄적 대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상담자가 보증을 서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적이 없으므로 이 보증계약은 무효”라고 법리적으로 못 박았다. B씨가 돈을 빌리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으므로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명쾌한 논리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