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려다 멍투성이…'119 신고'가 죄가 되나
사람 살리려다 멍투성이…'119 신고'가 죄가 되나
쓰러진 동료 구하려다 돌아온 건 폭언과 폭행 위협

의식 잃은 동료를 위해 119에 신고한 간호사를 동료의 남자친구가 폭언·위협으로 구급 활동을 방해하고 부상을 입혔다. / AI 생성 이미지
"왜 119를 불렀냐"며 때릴 듯한 위협…응급상황에 출동한 구급대원·경찰 앞에서 벌어진 아수라장. 선의로 신고한 간호사는 멍과 근육통을 호소하며 "너무 억울합니다"라고 절규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 폭행을 넘어 '119 구급활동 방해'라는 중범죄까지 거론하며, 영상과 진단서가 처벌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선의가 악의로 돌아온 그날 밤
사건은 지난 6월 2일 밤, 간호사 A씨가 동료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서 시작됐다. 갑자기 동료 한 명이 '쿵' 소리와 함께 쓰러져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A씨는 직업적 본능으로 즉시 동료의 의식을 확인했지만, 반응이 없자 응급상황이라 판단해 119에 신고했다. 바로 그때, 쓰러진 동료의 남자친구가 돌변했다. 그는 "쌍욕을 하면서 왜 이런 걸로 119 신고를 하냐. 술 먹다 보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지"라며 A씨를 몰아세웠다.
잠시 후 119 구급대원이 도착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쓰러졌던 동료가 구급대원 앞에서 한 차례 더 실신했고, 구급대원은 "당장 병원에 가야 할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공격적인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신고했다는 이유로 A씨를 때리려는 듯한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고, 이를 본 A씨의 남편이 막아서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119대원이 모두 지켜봤고, 영상으로도 고스란히 촬영됐다. A씨는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지금 저는 팔과 다리 발등에 멍이 들어 있고 근육통이 심한 상태"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폭행·상해 그리고 '구급활동 방해'…겹겹이 쌓인 혐의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연에 대해 단순 폭행을 넘어 여러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남자친구가 A씨를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은 실제 신체 접촉이 없었더라도 폭행죄(형법 제260조)에 해당할 수 있다.
한병철 변호사는 "폭행은 반드시 맞아야만 성립하는 범죄는 아닙니다"라고 지적하며, 위협적인 행동 자체로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A씨가 진단서를 통해 상해를 입증할 경우, 처벌이 더 무거운 상해죄(형법 제257조) 적용도 가능하다. 상해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수사가 진행되는 중범죄다.
특히 조선규 변호사는 더 무거운 책임을 경고했다. 그는 "119 구급활동 방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규정이 있고, 소방대원에 대한 폭행 협박으로 구급활동을 방해한 경우도 같은 수준으로 처벌됩니다"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공개된 장소에서의 욕설은 모욕죄(형법 제311조) 성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증거가 곧 무기"…고소,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법적 대응의 성패는 A씨가 확보한 증거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현수 변호사는 "확보하신 증거와 현장 정황을 고려할 때 상대방에게 강력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현장 영상, 상처 사진, 진단서, 그리고 경찰과 119 대원이라는 객관적인 목격자까지, A씨에게 유리한 증거가 다수 확보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김태안 변호사는 상대방이 '쌍방 다툼'을 주장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신고를 문제 삼은 위협 행위, 제지당하는 장면 등 객관적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사건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채 변호사 역시 "고소는 단순한 신고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사건의 주도권을 잡고 수사 방향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의가 폭력으로 돌아온 억울한 사건, 법의 심판이 어떻게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