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도 않았는데"...고장난 킥보드와 음주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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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도 않았는데"...고장난 킥보드와 음주단속

2026. 02. 19 15:3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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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초 대여, 요금 0원...'운전' 안 했다는 증거 될까?

음주 후 고장 난 전동킥보드를 50초간 빌린 남성이 음주운전 혐의로 면허취소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음주 후 고장난 전동킥보드를 빌렸다가 50초 만에 반납한 남성이 음주운전으로 몰려 면허취소 위기에 처했다.


경찰은 "타려고 시도한 것만으로도 음주운전"이라는 입장이지만, 남성은 '이용기록 0원'을 증거로 운전 자체가 없었다고 항변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무죄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범칙금 납부와 전과 기록 여부에 대해선 일부 의견이 엇갈려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50초 만에 날아든 '음주운전' 통보


음주 후 전동킥보드 대여를 시도한 A씨는 기기가 고장 나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50초 만에 반납했다. 이후 도보로 이동하던 그는 음주단속에 응했고, 현장 경찰관으로부터 "타려고 시도한 것 자체로 음주운전이 성립한다"는 설명과 함께 범칙금 10만 원 및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억울했던 A씨가 확보한 증거는 명확했다. 앱 이용 기록에 남은 '대여 시간 50초, 이용 요금 0원'이라는 데이터와 앱 상담원으로부터 받은 "GPS 및 속도 데이터가 제대로 남지 않았다"는 채팅 내역이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운전 미성립'을 주장하며 즉결심판과 행정심판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타려는 시도'도 운전? vs "움직여야 운전"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과연 A씨의 행위를 법적으로 '운전'으로 볼 수 있느냐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을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고장으로 움직이지 않은 킥보드를 조작한 것을 본래의 사용법에 따른 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이주헌 변호사는 "도로교통법상 운전은 기기를 목적에 따라 이동시키는 행위"라며 "대여 시간 50초, 요금 0원, 속도 데이터 부재는 실제 주행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장 경찰관의 설명에 대해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은 미수나 예비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타려고 시도한 것만으로 성립한다'는 논리는 법리적으로 반박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범칙금 내면 끝?'...전문가들 "행정심판에 치명타 될 수도"


A씨는 복잡한 소송 과정에 지쳐 범칙금을 내고 끝낼까도 고민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이를 만류했다. 범칙금 납부가 자칫 '혐의 인정'으로 비쳐 함께 진행 중인 면허취소 행정심판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주헌 변호사는 "범칙금을 납부하면 위반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 되어 행정심판에서 치명적으로 불리해진다"고 경고했고, 한장헌 변호사 역시 "가능하면 납부 보류를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윤준기 변호사는 "범칙금 납부가 혐의 인정을 의미하지는 않아 행정심판에 직접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면서도 "즉결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면허 구제에 훨씬 유리하므로 즉결심판까지 가는 게 좋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놓았다.


즉결심판 벌금, 전과기록 남나...변호사도 '의견 분분'


즉결심판에서 벌금형을 받을 경우 전과 기록이 남는지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려 주의가 요구된다.


한장헌 변호사와 김윤환 변호사는 "즉결심판 벌금은 형사 전과는 아니나, 행정상 음주 전력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윤준기 변호사는 교통조사팀장 경력을 바탕으로 "즉결심판 벌금도 형사처벌이므로 전과에 해당하고, 향후 유사 사건 시 가중처벌 전력으로 산입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법적 분석 자료 역시 "즉결심판을 통해 받는 벌금형도 형사처벌의 일종이므로, 전과로 기록됩니다"라고 확인하며, "'즉결심판 벌금형은 전과가 아니다'라는 설명은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무죄를 다투는 것이 전과 기록을 피하는 유일한 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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