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하반신 마비인데…보험사 “간병비 한 달만 드립니다”
아버지는 하반신 마비인데…보험사 “간병비 한 달만 드립니다”
자전거 사고로 척수 손상 입은 아버지, 수천만 원 간병비 두고 보험사와 갈등…법률 전문가들 “섣부른 합의는 금물, 실제 필요했던 비용 청구 가능”

교통사고로 하반신 불완전 마비가 온 환자에게 보험사가 간병비 1개월 지급을 통보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하반신 마비 아버지, 보험사 “간병비 한 달” 통보에 ‘날벼락’…전문가들 “부당하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A씨의 삶은 7개월 전 트럭과의 충돌 사고로 송두리째 무너졌다. 경추 골절로 척수를 다친 그는 하반신과 손에 불완전 마비가 왔다. 사고 초기엔 대소변은 물론 거동조차 불가능해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했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간병과 재활 치료 덕에 A씨는 이제 워커에 의지해 겨우 걸음을 떼고, 숟가락을 어설프게나마 쥘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24시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그동안 가족이 감당한 간병비만 수천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가해 차량 보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가 날아들었다. A씨의 상해 등급이 3급에 해당해 간병비는 한 달 치만 인정되며, 향후 간병비(개호비)는 1년 뒤 후유장애진단에서 개호인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만 지급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A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회복돼 장애 등급이 낮아지면 지금까지 쓴 간병비는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막막한 상황, 정말 보험사의 주장대로 A씨 가족은 속수무책 당해야만 하는 걸까? 법률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보험사 기준일 뿐…쓴 간병비는 받는 게 원칙”
법률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사가 제시한 ‘상해 3급, 간병비 1개월’ 기준은 약관에 따른 내부 지침일 뿐, 법적 구속력을 갖는 최종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실제로 간병의 필요성이 있었던 기간에 대해서는 의사의 소견서 등으로 필요성을 입증하면 ‘기왕개호비(旣往介護費)’를 보상받을 수 있다”며 “이는 사고 발생 후 소송 변론 종결 시점까지 실제로 지출된 간병비를 의미하는 법률 용어로, 후유장애 등급과 관계없이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실제로 간병이 행해진 날’에 지출된 비용을 손해배상 대상으로 인정한다. 특히 직업 간병인이 아닌 가족이 돌본 경우에도 도시일용노임 등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해 청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간병비 영수증과 ‘간병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내용이 담긴 의사 소견서 등 객관적 증거를 철저히 모아두는 것이다.
“합의, 절대 서두르지 마라…치료가 먼저”
가족의 또 다른 고민은 합의 시점이다. A씨의 회복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빨리 장애진단을 받고 합의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과 충분히 치료를 받은 뒤 1년이 지나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수의 변호사들은 “섣부른 합의는 독”이라고 경고한다. 재활 치료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합의하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치료비나 악화된 후유장애에 대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대법원 판례상 합의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나중에 발생하는 ‘후발손해(後發損害)’에 대해 추가 배상을 청구할 길은 있지만, 그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현재 재활치료가 진행 중이므로 증상이 충분히 호전되거나 고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며 “치료가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보험사의 치료비 지불보증을 유지하면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A씨 가족이 억울한 피해를 막고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한 행동 강령은 명확하다.
첫째, 당장 합의에 나서기보다 A씨의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며 모든 의료기록과 간병비 지출 내역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둘째, A씨의 상태가 더 이상 호전되지 않는 ‘증상 고정’ 시점에 이르렀을 때,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후유장애 진단을 받아야 한다.
셋째, 이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상담해 최종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뒤 보험사와의 합의나 소송에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압박에 쫓겨 섣불리 합의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수천만 원의 보상금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