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했으니 유죄"…익명 후기글에 대한 고소 협박, 죄가 될까
"사과했으니 유죄"…익명 후기글에 대한 고소 협박, 죄가 될까
'특정성' 없는 글, 사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

익명 게시판 불만 후기는 원글에 피해자를 특정할 정보가 없다면, 사후에 사과했더라도 모욕죄의 '특정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성립이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익명 게시판에 불만 후기를 남겼다가 업체 사장으로부터 “사과했으니 유죄가 성립된다”며 고소 협박을 받은 A씨. 과연 익명으로 작성한 글도 사과를 하면 처벌 대상이 될까?
모욕죄 성립의 핵심 열쇠인 ‘특정성’과 억울한 고소에 대한 ‘무고죄’ 성립 가능성을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짚어본다.
익명글에 사과했더니…돌아온 '고소 협박'
A씨는 최근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업체에서 겪은 불쾌한 경험담을 올렸다. 지역이나 상호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전혀 없이 자신의 감정만 토로한 글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글을 본 업체 사장은 A씨에게 연락해 모욕죄로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당황한 A씨가 사과하자, 사장은 “사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피해자가 특정됐다는 증거”라며 되려 A씨를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억울한 A씨는 결국 변호사를 찾았다. 과연 A씨의 글은 범죄가 되는 걸까. 또 상대방을 무고죄로 맞고소할 수는 없을까.
"사과가 특정성을 만든다? 근거 없는 주장"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모욕죄로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상태) △모욕적 표현 △특정성(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A씨의 글에는 가장 중요한 ‘특정성’이 빠졌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장우의 이재성 변호사는 “해당 글로 볼 때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특정성이 없다면 모욕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과를 했다는 사실로 특정성이 생긴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라고 단언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게시글에서 지역이나 업체명 등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 사후 사과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특정성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라며, 고소되더라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괘씸죄' 고소에 '무고죄' 맞대응, 왜 어려울까
그렇다면 A씨를 압박한 사장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는 없을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고죄는 타인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하는데, 이 사안은 법리적 해석을 다투는 경우라 ‘허위 사실’ 신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우승의 전영경 변호사는 “무고죄는 거짓의 사실을 고소하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인데, 이 사안의 경우에는 댓글이라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에 대해 법리적 판단을 거쳐 무혐의가 이루어지는 사안이므로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성 변호사 또한 “다만 특정성이 있고 없고는 법리적인 해석의 차이여서, 상대방이 고소하더라도 무고죄 성립은 어려울 수 있어 보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상대방의 고소가 악의적으로 느껴지더라도, 법적으로 '무고'를 입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