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변호사가 '아청법 자수'를? 의뢰인의 피 말리는 주말
내 변호사가 '아청법 자수'를? 의뢰인의 피 말리는 주말
경찰은 '일반 성매매'로 넘겼는데…변호사 서류 한 줄에 '중형' 위기

미성년자임을 모르고 성매매 후 자수한 남성이 변호사의 실수로 아청법 처벌 위기에 놓였다. / AI 생성 이미지
“분명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했는데…” 자수까지 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가 제출한 서류 한 장 때문에 더 무거운 ‘아청법’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인 한 남성의 사연이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은 일반 성매매 혐의를 적용했지만, 변호인 의견서에는 미성년자 성매매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듯한 문구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겼다가 벼랑 끝에 선 그에게 법률 전문가들이 긴급 진단을 내놨다.
안도의 한숨이 공포로…문제의 의견서 한 줄
사건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매매 이후 상대방이 미성년자임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두 달 만에 자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미성년자인 줄은 몰랐으나 해당 발언을 더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알아차렸어야 했다”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고의성은 부인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받아들여 처벌이 비교적 가벼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한시름 놨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A씨는 변호사가 제출한 의견서를 확인하고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의견서에는 죄명이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혀 있었고, 결정적으로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확인하였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놓친채 이 사건에 이르게 된 점……”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이는 ‘미성년자일 가능성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행위를 용인했다’는 ‘미필적 고의’를 자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치명적인 내용이었다.
아청법이 적용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어, 일반 성매매와는 처벌 수위가 차원이 다르다.
“의견서 하나로 유죄 단정? 섣부른 판단”
주말 내내 공포에 떨던 A씨는 변호사 해임까지 고려하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다수의 전문가는 의견서의 문구 하나만으로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그 문구만으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라며 “법원이 미필적 인식 여부를 판단할 때는 대화 내용, 외관, 만난 경위, 확인 시도 여부 등 객관 정황을 종합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의견서의 한 문장보다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과 객관적 증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전 박준우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건 조서에 기재된 A씨의 진술입니다”라며 “의견서 문구 하나가 검사의 법률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라고 분석했다.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고의성을 부인한 점, 그리고 경찰이 이를 받아들여 일반 성매매로 송치한 점이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이다.
“해임해야” vs “소통 먼저”…엇갈린 조언
그렇다면 A씨는 자신을 위기에 빠뜨린 변호사와의 동행을 계속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다.
다수는 섣부른 해임을 경계하며 ‘소통’을 우선 주문했다. 법무법인 감명 안갑철 변호사는 “추가로 변호인은 선임하기보다 기존 변호인에게 처음에 의견서에 대한 수정·보완할 수 있는 추가 의견서를 요청해 보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강희 변호사 역시 “변호인 교체 여부는 현재 대리인과의 소통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며 섣부른 교체보다 현재 변호인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다.
반면, 사안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하신 김정중 변호사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자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법무법인 한강 파트너스 최종환 변호사는 “변호인을 새로 선임하는 것은 위 내용들과 관련하여 현재 선임된 변호인과 적절히 소통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라며,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변호사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골든타임' 내 오해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
의견은 갈렸지만, 모든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법은 바로 ‘추가 의견서 제출’이다. 이미 제출된 서류의 실수를 만회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반포 법률사무소 이재현 변호사는 “검찰 송치 이후에도 변호인의견서는 추가 제출이 가능하고, 기존 의견서가 불리하다면 이를 정정·보완하는 의견서를 다시 내는 것이 핵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검찰 단계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 마지막 ‘골든타임’임을 의미한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반드시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지 못했고, 객관적으로도 인식할 수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보완해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결국 A씨에게 남은 최선의 수는 신속하게 현재 변호사와 접촉해 논란의 문구를 바로잡는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편이 되어야 할 변호사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A씨가 위태로운 법적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