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만원 사기당하고 1년…가해자의 뻔뻔한 제안 "원금만 받고 합의하자"
46만원 사기당하고 1년…가해자의 뻔뻔한 제안 "원금만 받고 합의하자"
합의 거절하면 돈 못 받는다?…사기 피해자가 알아야 할 '배상명령'과 '위자료' 청구의 모든 것

사기를 당한 A씨는 가해자 요구대로 원금만 받고 합의해 줄 것인지, 아니면 합의를 거절하고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과 배상명령을 택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셔터스톡
다른 사람은 다 합의했다는데…'원금 합의' 압박, 거절하면 정말 돈 못 받나
"다른 피해자들과는 대부분 합의했는데, 안 할 겁니까?"
46만 원 사기를 당하고 1년을 기다린 피해자 A씨에게 돌아온 것은 가해자 측 변호사의 차가운 한마디였다. 1년 내내 이어진 희망고문 끝에, 이제는 '원금만 받고 합의하라'는 압박까지 견뎌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합의를 거절하면 이 돈마저 영영 못 받게 될까. A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1년의 희망고문, 상습 사기범의 덫에 걸리다
사건은 작년 9월, 피해자 A씨가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46만원짜리 물건을 구매하며 시작됐다. 판매자 B씨는 “포장이 어렵다”, “몸이 아프다” 등 온갖 핑계를 대며 배송을 미뤘다. 애가 타는 기다림 끝에 A씨가 들은 말은 “사실은 물건이 없다”는 충격적인 고백과 환불 약속이었다.
하지만 이 약속마저 거짓이었다. B씨는 “사정이 어렵다”며 돈 돌려주기를 차일피일 미뤘고, A씨는 계속 연락이 닿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믿고 기다리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런 끝에 결국 A씨가 마주한 진실은 더욱 참담했다. 피해자는 자신 뿐만이 아니었고, 이미 여러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된 상습 사기였던 것이다. 경찰 신고 끝에 사건은 형사 재판으로 넘어갔다.
'원금 합의'는 가해자의 희망 사항일 뿐
법률적으로 볼 때, 가해자 측이 제안하는 '원금 합의'는 피해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아니다. 형사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합의는 본질적으로 가해자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감형) 노력의 일환이다.
중요한 점은 형사 합의에 응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돈 받을 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형사 합의를 거부하고 가해자의 엄벌을 탄원할 경우, 추후 민사 소송이나 배상명령 절차에서 피해 원금은 물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돈을 돌려받지 못한 기간 동안의 이자(지연손해금)까지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더욱 명확해진다.
따라서 가해자의 "합의 거절 시 돈을 못 받는다"는 식의 압박은 법적 근거가 희박한 심리적 압박 수단에 가깝다.
민사소송 없이 돈 받는 ‘비밀병기’, 배상명령 제도
피해자가 알아둬야 할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제도는 '배상명령'이다. 이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한 제도로, 형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법원에 신청하면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가해자에게 피해액 지급까지 함께 명령한다.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한 번의 절차로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비밀병기’인 셈이다.
확정된 배상명령은 민사 판결문과 똑같은 힘을 가진다. 이 서류 한 장이면 가해자의 월급이나 예금 통장을 압류하는 등 돈을 받아내기 위한 법적 절차(강제집행)를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
두 갈래 길, 당신의 선택은?
결국 A씨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였다. 첫 번째 길은 가해자의 제안대로 원금만 받고 빠르게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당장의 금전적 손실은 메울 수 있지만, 1년간의 고통에 대한 보상은 없고 가해자에게는 감형의 기회를 주게 된다.
두 번째 길은 합의를 거부하고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유도한 뒤, 배상명령 제도를 통해 위자료까지 받아내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고 온전한 피해 회복을 꾀할 수 있지만, 가해자가 변제할 재산이 없는 ‘빈털터리’라면 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잃어버린 돈을 되찾는 것과 무너진 신뢰에 대한 대가를 묻는 것. 그 무게를 저울질해야 하는 힘겨운 시간이 A씨 앞에 놓여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