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맞았는데 왜?” 나이트클럽 쌍방폭행, ‘정당방위’의 함정
“나도 맞았는데 왜?” 나이트클럽 쌍방폭행, ‘정당방위’의 함정
멱살 잡혀도 ‘맞대응’하면 상해죄
법원 “싸움엔 정당방위 없다” 단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나이트클럽에서 멱살을 잡혀 끌려간 남성이 맞대응했다가 되레 상해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놓였다.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었더라도 폭력으로 맞선 이상 ‘쌍방’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법의 냉정한 잣대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건은 인천의 한 나이트클럽, 찰나의 시비에서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고의로 자기 다리를 걸었다고 생각해 그를 밀쳤다. 격분한 B씨는 A씨의 멱살을 잡고 댄스 스테이지를 가로질러 약 10m를 끌고 갔다.
수치심에 분노가 폭발한 A씨는 B씨를 밀쳐 넘어뜨렸고, 이 과정에서 B씨의 발목이 꺾였다. A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쓰러진 B씨의 얼굴을 주먹과 발로 한 차례씩 더 가격했다.
잠시 후 도착한 구급차와 경찰은 한순간에 난장판이 된 현장을 수습하며 악몽 같던 밤을 끝냈다.
“발목 돌아갔다” 단순 폭행이 ‘상해죄’로 바뀌는 순간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발목 부상’이 사건을 단순 폭행이 아닌 상해죄로 전환시킬 치명적 변수라고 지적한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사건이 종결되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죄)’다. 하지만 상해죄는 다르다. 피해자와 합의해도 형사처벌 자체를 피할 순 없다.
법무법인 한일의 성학녕 변호사는 “폭행의 정도, 발목이 돌아가고 구급차가 출동한 점에 비추어 양측 모두 상해죄 혐의로 입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서아람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진단서를 제출해 상해를 입증하면 상담자분이 일방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며 B씨의 부상이 A씨에게 결정적 약점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저쪽이 먼저 시작” 항변 안 통하는 이유 ‘쌍방’ 딱지 붙으면 끝?
“상대방이 먼저 다리를 걸고 멱살을 잡았다”는 A씨의 항변은 법정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어렵다. 법원은 연속된 싸움 과정 전체를 하나의 ‘상호투쟁’으로 보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 방어 행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서로 싸우다가 상해를 입힌 행위는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83도3090 판결).
결국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보다 ‘쌍방이 폭력에 가담했는가’가 처벌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합의가 최선, 실패하면 ‘양형 전쟁’ 벌금형이냐 집행유예냐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최선의 해법은 단연 ‘합의’다.
김준성 변호사는 “폭행죄의 경우 합의가 되면 그대로 사건은 종결된다”며 원만한 마무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치열한 ‘양형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우선 A씨 역시 자신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서아람 변호사는 “상담자분이 입은 피해(멱살 잡힘, 끌려간 흔적 등)를 진단서로 남겨 상호성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CTV 영상이나 목격자를 확보해 상대의 선제 도발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합의 없이 재판까지 간다면 초범인 점을 감안해 벌금형이 유력하다. 백창협 변호사는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양형에 집중해야 하며, 초범이라면 벌금 처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결국 ‘누가 먼저 시작했나’가 아닌 ‘폭력에 가담했나’가 처벌의 기준이 된 셈이다. 한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대가는 ‘전과’라는 냉혹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억울함과 별개로 법은 그의 행위에도 책임을 묻고 있으며,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한 고독한 싸움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