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몰래 찍은 웹드라마, 6년 만에 '디지털 주홍글씨'로
부모 몰래 찍은 웹드라마, 6년 만에 '디지털 주홍글씨'로
미성년 시절 동의 없는 촬영, 성인 돼 무단 공개…법조계 '명백한 초상권 침해, 영상 삭제·손배소 가능'

A씨가 연기자를 꿈꾸던 고등학생 시절 재미로 출연한 웹드라마가 6년이 지나 방영되면서, 그의 삶이 '악플 지옥'으로 돌변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연기자를 꿈꾸던 10대 시절의 추억이 6년 만에 '악플 지옥'으로 돌변했다. 부모 동의 없이 찍은 영상이 무단 공개되며 한 대학생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연기 전공 대학생 A씨의 삶이 6년 전 과거에 발목 잡혔다. 고등학생 시절, 연기 경험 삼아 출연했던 웹드라마 영상이 최근 한 엔터테인먼트사 유튜브 채널에 버젓이 올라오면서다. A씨의 실명과 함께 온라인에 박제된 영상은 그녀를 향한 조롱과 악성 댓글의 빌미가 됐다.
재미로 찍은 영상이 '디지털 낙인'으로…성형·악플에 일상 붕괴
사건의 시작은 6년 전, A씨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정식 계약서나 부모님 동의도 없이 몇만 원의 출연료를 받고 단편 웹드라마 두 편에 출연했다. 연기자를 꿈꾸던 소녀의 가벼운 도전이자 추억일 뿐이었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지금, 잊고 있던 영상이 A씨의 실명과 함께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상황은 악몽으로 변했다. 영상은 지인들에게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성형했네", "연기 못 봐주겠다"는 식의 외모 비하와 조롱은 물론,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 쏟아졌다. A씨는 "주변의 수군거림과 악플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모 동의 없는 '미성년자 출연', 법적 효력 있나?
법률 전문가들은 제작사의 영상 무단 게시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핵심 쟁점은 A씨가 촬영 당시 '미성년자'였고,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민법 제5조는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서아람 변호사는 "부모 동의 없이 맺은 출연 계약은 A씨 본인이나 부모가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며 "계약의 효력이 없는 상태에서 영상을 무단으로 게시한 것은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홍대범 변호사 역시 이를 '초상권 침해'로 규정했다. 그는 "촬영에 응했다는 사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영구적으로 영상을 공개하는 것까지 허락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의 일부인 초상권을 명백히 침해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내 얼굴' 되찾는 3단계…'잊힐 권리'를 위한 법적 대응법
그렇다면 A씨는 자신의 얼굴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에서 지우고 '잊힐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3단계 법적 대응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첫 번째 단계는 제작사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다. 내용증명에는 미성년자 시절 부모 동의 없이 촬영한 사실, 현재 겪는 정신적 고통 등을 명시하고 영상 삭제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조치가 없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도 포함된다.
제작사가 불응하면 두 번째 단계로 유튜브에 직접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을 당한 당사자는 유튜브와 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최후의 수단은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영상 확산을 시급히 막아야 한다면 법원에 '영상물 게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신속하게 게시를 중단시킬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영상 무단 게시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금전적 배상도 받을 수 있다.
황규목 변호사는 "초상권은 한번 팔면 그만인 물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과 관련된 영구적인 권리"라며 "몇만 원의 출연료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영상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한때의 꿈이 악몽으로 변해버린 지금, 법이 A씨의 '잊힐 권리'를 지켜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