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내밀고 메롱" 동료 조롱에 퇴사…법적 판단은?
"혀 내밀고 메롱" 동료 조롱에 퇴사…법적 판단은?
상사는 "머리 좀 써라" 면박, 팀장은 "네가 예민한 탓" 2차 가해

신입사원이 동료의 신체 접촉과 상사의 인격 모독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퇴사했다./ AI 생성 이미지
"안 잡아먹는다"는 조롱과 함께 팔을 밀치는 동료, 질문만 하면 "머리 좀 써봐"라며 인격 모독을 일삼는 과장. 억울함을 토로하자 오히려 "회사 생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질책한 팀장.
모멸감을 견디다 못해 퇴사한 신입사원의 사연을 두고, 법조계 내에서도 '명백한 괴롭힘'이라는 의견과 '법적 인정은 까다롭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걸음마부터 알려주겠다"…인격 짓밟힌 신입사원
갓 입사한 A씨에게 회사는 전쟁터였다. 회식 자리에서 한 동료는 "편하게 앉아라. 안 잡아먹는다"고 비꼬더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수차례 팔로 밀며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A씨가 "밀지 마세요"라고 항의하자, 상대는 혀를 내밀고 '메롱'을 하며 조롱을 이어갔다.
비상식적인 상황에 대해 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례하다고 느끼는 건 저만의 기준"이라며 "저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있으니 그랬겠지"라는 가해자 두둔과 "회사생활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냐"는 질책뿐이었다.
직속 상사인 과장의 '지도'를 빙자한 언어폭력도 매일 반복됐다. 입사 2개월 차 신입사원이 업무상 질문을 할 때마다 과장은 "생각을 해보자", "머리를 좀 써보자", "걸음마부터 알려주겠다" 등의 발언으로 모욕감을 줬다.
A씨는 "과장님 본인도 버벅이면서 다시 하거나, 질문 의도 파악도 못 하고 엉뚱하게 면박 주는 상황이어서 굉장히 황당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퇴사를 선택한 A씨는 고용노동부 진정 제기를 고민하고 있다.
법조계 갑론을박, "명백한 괴롭힘" vs "입증 쉽지 않아"
A씨의 사연에 대해 다수의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성립 가능성을 높게 봤다. 강대현 변호사는 "동료의 신체 접촉 및 조롱, 과장의 반복적인 인격모독성 발언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단언했다. 한대섭 변호사 역시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조사할 의무가 있는데, 팀장은 오히려 피해자인 귀하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며 2차 가해를 가했다"며 회사의 부실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법의 잣대는 냉정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기현 변호사는 "해당 사안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라며 보다 구체적인 정황 소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규 변호사 또한 "과장의 발언 역시 표현이 거칠고 기분 나쁠 수는 있지만, 업무 지도 과정에서의 질책이나 표현 방식 문제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면 괴롭힘으로 단정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하며 "특히 반복성, 지속성, 조직적 배제, 인사상 불이익 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으면 법적 인정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라고 덧붙여 법적 인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퇴사해도 괜찮아…승리의 열쇠는 '이것'
전문가들은 퇴사 여부와 관계없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감정적 호소를 넘어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객관적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규 변호사는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괴롭힘 사실(동료의 신체 접촉, 과장과 팀장의 발언 등)을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인 내용, 당시 심정, 목격자(있었다면) 등을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기십시오"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관련 대화를 녹음하거나 메시지를 저장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진료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퇴사 후 진정을 통해 괴롭힘 사실을 인정받으면, 자발적 퇴사임에도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얻거나 향후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한대섭 변호사는 A씨를 향해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행위의 반복성'과 '모욕적 언사'를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히 기술하여 근로감독관을 설득하시길 권해드린다"며 "A씨가 예민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무례했던 것이니,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권리를 찾으시기 바랍니다"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