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낸 내 집에 가압류? 계약금 2배는 못 받나요?
중도금 낸 내 집에 가압류? 계약금 2배는 못 받나요?
전문가들 “배액배상은 어렵지만, 계약 해제하고 돈 받을 길은 있다”

중도금까지 낸 아파트에 가압류가 설정되면 매수인은 가압류가 풀릴 때까지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내 집 마련의 꿈이 악몽으로 변했다. 중도금까지 치른 아파트에 잔금일을 앞두고 느닷없이 가압류가 설정됐다. 매도인은 이혼 소송 중인 전 배우자 탓만 하며 해결을 미루는 상황.
불안에 떠는 매수인은 이 계약을 뒤엎고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부동산 거래의 치명적 암초, '가압류' 사태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명쾌한 해법을 정리했다.
중도금 낸 순간 '배액배상'의 문은 닫힌다
아파트 매수 후 잔금일만 기다리던 A씨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떼어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매도인의 이혼 소송 중인 전 남편이 재산 분할을 문제 삼아 아파트에 가압류를 설정한 것이다.
매도인은 곧 해결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가압류 해제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A씨는 “걱정에 시달리고 불안하여 계약 해지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 경우 배액배상과 추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의견을 구합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도금을 지급한 A씨가 계약금의 두 배를 돌려받는 '배액배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고객님께서는 이미 중도금을 지급하여 계약 이행에 착수했으므로, 매도자도 더 이상 배액배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고, 고객님 역시 배액배상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계약금이 오간 단계에서만 유효한 '해약금 해제'는, 어느 한쪽이라도 중도금 지급 등 계약 이행에 착수하면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돈 못 줍니다"…가압류 풀릴 때까지 버틸 정당한 권리
그렇다고 꼼짝없이 매도인의 사정만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매도인에게 '제한이나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압류가 걸린 집은 명백한 '하자'가 있는 상태이므로, 매수인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잔금 지급을 거부할 정당한 권리를 가진다.
법무법인 중산 김영오 변호사는 “상담자의 경우 가압류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수인에게 '불안의 항변권'이 인정됩니다”라며 “즉, 가압류라는 하자가 치유될 때까지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지연 책임은 매수인에게 발생하지 않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매도인의 '가압류 말소 의무'와 매수인의 '잔금 지급 의무'는 동시에 이행돼야 하는 '동시이행 관계'이므로, 돈을 주지 않고 버티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후통첩' 내용증명,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의 스위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은 '내용증명' 발송이다. 구두 약속이 아닌, 법적 효력을 갖는 서면으로 매도인에게 의무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내용증명을 통해 잔금일까지 가압류 말소를 강력히 촉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법적 책임(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을 공식적으로 고지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최고(催告)에도 매도인이 잔금일까지 가압류를 풀지 못하면, 이는 명백한 '채무불이행'이 된다. 이때 비로소 A씨는 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갖는다.
계약이 해제되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과 중도금은 물론, 계약서에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본다'는 조항이 있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통상 계약금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 대출 실행 비용 등 실제 발생한 손해를 입증하면 추가 배상도 가능하다. 결국 '배액배상'은 아니지만, 채무불이행을 근거로 한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