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말리다 '폭행범' 될라…'진정하세요' 어깨 토닥였을 뿐인데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싸움 말리다 '폭행범' 될라…'진정하세요' 어깨 토닥였을 뿐인데

2025. 12. 23 12:5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싸움 말리다 경찰 조사…변호인단 '무혐의' 낙관 속 '안심은 금물' 경고, 왜?

선의로 싸움을 말리다 폭행 혐의를 받을 경우, '폭행의 고의'가 없고 '정당행위'에 해당해 무죄 가능성이 높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선한 의도가 불러온 경찰 조사, 싸움 말린 당신도 폭행범이 될 수 있다?


술에 취한 지인과 행인의 싸움을 말리려다 졸지에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A씨. 선의로 한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그는 법률 전문가들을 찾았다. 과연 싸움을 말리기 위한 가벼운 신체 접촉도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을까.


'진정하세요' 어깨 토닥였을 뿐인데…순식간에 피의자로


사건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A씨의 지인이 술자리에서 다른 행인과 시비가 붙었다. 말싸움이 격해지자 상대방은 갑자기 옷을 벗어던지며 A씨의 지인에게 다가갔다. 일촉즉발의 상황, A씨는 육체적 싸움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다급히 끼어들었다.


그는 상대방에게 "선생님, 선생님 진정하셔요"라고 말하며 손으로 어깨를 토닥였다. 동시에 자신의 지인에게도 그만하라고 소리치며 양측을 뜯어말렸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상대방은 "저 사람이 내 어깨를 건드렸다.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고, A씨는 순식간에 폭행 피의자 신분이 됐다.


'폭행의 고의' 없었다면?…처벌 가르는 법의 잣대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행위가 폭행죄로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형법상 폭행죄가 성립하려면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와 함께 '폭행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몸이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형법상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범죄"라면서도 "싸움을 말리기 위해, 진정시키기 위해 상대방의 어깨를 토닥인 정도라면 폭행의 고의를 부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위의 목적과 의도가 처벌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라는 의미다.


'사회상규상 정당행위'…변호인단, 무죄 가능성 높게 봐


특히 A씨의 행동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당행위'(형법 제20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동은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12년간 경찰로 근무했던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대법원도 '폭행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며 "싸움을 말리기 위해 상대방을 진정시키려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가벼운 신체접촉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의 유형력 행사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성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우) 역시 "객관적으로 폭행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폭행의 고의가 없었으므로 무혐의로 종결되는 것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법원 판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해 싸움을 말리려 상대 팔을 잡은 행위에 대해 "싸움을 말리거나 떼어놓기 위한 목적을 넘어서는 공격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행위로 판단,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무혐의 낙관하는데도 '변호사 조력' 권하는 이유


하지만 법조인들은 안심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수사 과정에서 상황이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성백 변호사(법무법인 로베리)는 "술에 취한 고소인은 폭행의 강도, 횟수 등에 대하여 과장할 가능성도 있고, 왜곡된 인식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 CCTV 영상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전재영 변호사(법무법인 알파)는 "A씨의 행동이 왜곡되어 찍혀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실대로 말씀하시면서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보고 이야기하는지 확실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조인들은 경찰의 수사 절차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고소인이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고소 사건'의 경우, 경찰은 형식적 요건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의무가 있어 초기 진술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주한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는 "경찰이 당연히 억울함을 풀어주리라는 생각은 자칫 상황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며 "상대방이 처벌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경찰 조사에서 보다 논리적인 답변과 객관적 증거 제시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