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자 성추행해서 감옥 간 의사…출소하자마자 피해자 '역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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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자 성추행해서 감옥 간 의사…출소하자마자 피해자 '역고소'

2021. 08. 20 17:01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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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성추행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 확정된 신경외과 의사

출소 후 3개월 만에 "환자와 증인이 허위 진술했다" 무고죄로 고소장 내

성추행으로 실형 살고, 무고죄까지⋯그럼에도 의사 자격은 무탈

환자를 성추행하고 실형까지 선고받은 신경외과 의사 A씨. 이후 감옥에서 나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환자와 증인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것이었다.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신경외과 의사 A씨에게는 공식적으로 돌봐선 안 되는 환자가 있었다. '여성' 환자였다. A씨는 앞서 두 차례나 강제추행을 저질렀기에, A씨가 소속된 병원은 집행유예 기간 중인 그가 여성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도록 '여성 환자 진찰 금지'를 정했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여성 환자를 진료했고, 똑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다. 지난 2018년 1월, 얼굴 한쪽에서 땀이 나지 않는다며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 B씨의 신체 부위를 강제로 추행하는 범죄였다.


사람들 눈길이 없는 진찰실에서 발생한 일이었지만, 다행히 이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증인이 있었던 덕분에 A씨는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이 나왔다. A씨는 불복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올라갔지만, 결국 유죄가 확정됐다.


8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나온 A씨가 선택한 건 반성이 아니었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피해자 B씨와 사건의 목격자인 간호조무사를 고소했다.


"나는 성추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B씨와 간호조무사가 허위 증언했으니 처벌해주세요"라는 내용으로.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받고도 "나는 무죄"⋯A씨는 성추행 피해자와 증인을 무고죄로 고소했다

A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는 내내 "진료를 했을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목격자 등의 진술은 일관됐고, 세 번에 걸친 재판에서도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건 오직 A씨뿐이었다. 그는 8개월간의 징역을 마친 뒤, 3개월 만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강제추행 피해자 B씨와 증인이 자신을 무고했다는 사유였다.


A씨는 검찰에까지 출석해 "B씨 등이 나를 처벌받게 하려고 거짓말을 했으니 엄벌에 처해달라"고 재차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 B씨와 증인인 간호조무사를 불러 조사했지만, A씨의 주장 말고는 이들의 법정 진술이 허위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특히 A씨와 함께 근무하던 간호조무사 입장에선, 위증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의사 A씨가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이 사건을 파보면 파볼수록 이상한 건 고소장을 낸 A씨 쪽이었다. 과거 A씨가 다른 사건에서도 무고를 한 전력이 있고, 4차례나 성범죄를 저지른 점도 이 같은 판단에 힘을 실었다.


결국 검찰은 무고를 저지른 건 B씨 등이 아니라, A씨라는 결론을 내렸다. 피해자와 증인을 무고죄로 고소한 A씨가 도리어 무고죄 재판의 피고인이 된 것이다.


"피해자와 증인의 말은 모두 허위"라던 A씨, 무고죄 걸었다가 도리어 징역 8개월 추가

지난해 9월,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정은영 판사는 A씨에 대한 무고죄를 인정,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피고인 A씨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무고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한 각 재판부의 판단.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정은영 판사는 "A씨가 자신의 고소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대법원에서 강제추행죄 확정판결을 받은 상황"이라면서 "이 정도라면, 자신의 신고 사실이 허위일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강제추행죄로 인한 누범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항소심도 같은 의견이었다. 지난해 11월,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의사를 신뢰한 환자를 추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무고까지 했다"고 지적하며 1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놨다.


그럼에도 반성하지 않은 A씨. 그는 이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지 4일 만에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성추행으로 실형 살고, 무고죄까지 저질렀지만⋯의사 면허는 '이상 없음'

이렇듯 성추행으로 실형을 살았고, 무고죄 혐의로도 처벌을 받게 된 A씨. 하지만 그가 의사 면허를 유지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A씨의 범행들은 현행 의료법(제8조)에서 규정하는 면허 박탈 사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귤의 전세영 변호사, 법무법인 담헌의 이준석 변호사. /로톡뉴스DB⋅로톡DB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귤'의 전세영 변호사, '법무법인 담헌'의 이준석 변호사. /로톡뉴스DB⋅로톡DB


의료법에서는 마약 중독, 허위진단서 작성 등 특정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았을 때만 의료 행위를 제한한다.


이와 관련해, 의사 출신 변호사들은 "의료인이 저지르는 범죄와 결격 사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귤의 전세영 변호사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그 자격을 정지하도록 한다"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담헌의 이준석 변호사도 "중대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의사 면허 취소의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있다면, 의료인의 성범죄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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