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조작해 선산 자기 마음대로 팔아버린 종중회장⋯그런데 '사문서위조죄'가 아니라고?
회의록 조작해 선산 자기 마음대로 팔아버린 종중회장⋯그런데 '사문서위조죄'가 아니라고?
작성 권한자가 회의록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 것은 사문서위조죄 아냐
종중재산은 민법상 총유재산⋯임의 처분은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 커

종중회의 결과를 조작해 선산을 팔아버린 종중회장. 이에 회장을 사문서위조로 고소했지만,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대체 왜 혐의가 없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 변호사에게 도움을 구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셔터스톡
A씨는 얼마 전 자신이 속해있는 종중회의 회장 B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었다. 정기총회 당시 선산(先山)과 관련돼 의견을 나누었을 때, 분명 선산 매각은 '부결'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회장은 그 회의록을 조작했다.
원래 종중 땅을 매매하려면 정기총회에서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회의록을 만들어 땅을 팔아 버린 것이다.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B씨가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분명 회의록 조작과 관련된 증거도 제출했는데 혐의가 없다니. A씨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변호사들은 우선 B씨를 고소한 혐의가 잘못됐다고 분석했다. 사문서위조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회의록을 조작한 것이 사문서위조가 아니라니, 대체 무슨 말일까.
이에 대해 법무법인 효현의 박수진 변호사는 "사문서위조는 작성 권한자가 아닌 사람이 작성한 경우에 인정되는 죄"라며 "회의록 작성자가 종중회장이라면 사문서위조에는 해당 하진 않는다"고 했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의 주명호 변호사도 "작성 권한자인 종중회장이 종중 회의록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 무형위조(無形僞造⋅문서의 작성 권한자가 문서의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는 것)를 저지른 것이므로, 사문서위조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신광의 임선준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임 변호사는 "종중회장에게 회의록 작성 권한이 있다면,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회의록을 조작해 선산을 매각한 회장 B씨에겐 어떤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변호사 김상배법률사무소의 김상배 변호사는 "선산 처분으로 인해 종중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고, 관계자들이 이익을 얻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부동산 매매계약도 "무효가 될 수 있다"고 김 변호사는 봤다. 그 근거로 지난 2000년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민법상 '총유' 재산에 속하는 종중재산을 처분하려면 종중총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종중총회의 결의가 없었다거나 하자가 있다면 종중결의 자체가 무효이고 그에 따라 부동산 처분행위는 무효"라고 봤다.
'총유(總有)'는 하나의 물건을 여럿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형태를 말한다. 재산의 관리와 처분 권한은 공동체에 속한다. 따라서 그 사용과 수익에 대한 권리도 각 구성원에 속하게 된다.
김 변호사는 "따라서 종중회장이 위법하게 처분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를 위해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도 "종중회장이 총유 재산을 임의로 처분한 데 대해 배임죄 등 재산범죄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