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 누명 썼는데, 하필 나도 '피의자'…'고소'가 '독'이 될 수 있다?
성추행범 누명 썼는데, 하필 나도 '피의자'…'고소'가 '독'이 될 수 있다?
트위터 지인발 허위사실, 변호사들 '법적으론 별개'라면서도 '신중론' 쏟아낸 이유

지인이 퍼뜨린 '성추행' 허위 사실로 피해를 본 20대 남성이 증거는 충분하지만, 별개의 '아청법' 사건 피의자 신분이라 고소를 망설이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친했던 지인이 퍼뜨린 '성추행' 허위 사실로 한순간에 사회적 관계가 무너진 20대 남성.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그가 섣불리 고소장을 내밀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공교롭게도 전혀 다른 '아청법'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두 사건은 별개라면서도, 섣부른 고소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옷에 손 넣어 배 만졌다" 거짓 소문에 '손절'…쌓이는 증거들
코스프레 활동을 하는 21세 남성은 2026년 2월,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트위터 지인 A(19세 여성)를 포함한 몇몇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한 달 뒤, 그는 A가 자신의 트위터 비공개 계정과 여러 지인에게 보내는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악의적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A는 "과거 오프라인 만남에서 남성이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배를 만졌다"는 등 있지도 않은 사실을 성추행인 양 꾸며 유포했다. 이 소문으로 남성은 친했던 지인들로부터 일방적으로 관계가 단절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봤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남성은 법적 대응을 준비하며 증거를 모았다. A의 거짓말을 직접 들은 지인 3명의 진술, 문제의 비공개 계정 게시물, A가 다른 지인에게 보낸 DM 내용 캡처본 등을 확보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A의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여 형사 고소가 가능하며 승소 가능성 또한 높다"면서 "현재 확보하신 증거들은 A의 유포 사실과 발언의 허위성을 입증할 매우 유용한 핵심 증거"라고 분석했다.
"원칙은 별개, 현실은 다르다"…'아청법 피의자' 꼬리표의 무게
문제는 남성이 현재 '아동복지법상 성적 아동학대 혐의'로 1년 넘게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변호인들은 법적으로 두 사건은 별개라고 입을 모았다. 윤관열 변호사는 "질문자께서 현재 다른 아동복지법 관련 사건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명예훼손 사건의 고소인 지위가 제한되거나 고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는 경고가 빗발쳤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남성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품거나, 가해자 측이 이 점을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우진 변호사는 "수사기관이나 재판부가 전체적인 맥락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특히 하진규 변호사는 "아청법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사건 관련 미성년자를 고소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고소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고 아청법 사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물타기'와 '신뢰도 공격'…승소 전략은 '정교한 분리'
전문가들은 가해자 측이 남성의 아청법 피의자 신분을 이용해 "평소 성행이 불량했다"는 식의 '물타기'를 시도하거나, "보복성 고소"라며 신뢰도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상대방이 "피해자(고소인) 신빙성 공격, 성적 성향 문제화로 프레임을 만들 가능성이 있어 간접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교한 분리 전략'이 제시됐다. 이재용 변호사는 "기존 사건의 피의사실과 본 고소 건의 인적·물적 사실관계가 전혀 무관함을 수사 기일에 명확히 분리하여 주장하고, 오직 A의 행위가 허위사실 유포라는 점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인다. 두 개의 사건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섣불리 행동하기보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고소 시점과 진술 방향 등 종합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조상우 변호사는 "두 사건이 맞물려 있는 만큼 단독 진행보다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