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합의금, ‘이 조항’ 없으면 보험사가 도로 뺏어간다
음주사고 합의금, ‘이 조항’ 없으면 보험사가 도로 뺏어간다
"민사는 별도" 약속, 보험사 앞에선 휴지조각…내 돈 지킬 방패 조항은?

음주운전 사고로 형사합의 시, '민사 별도' 조항만 믿으면 보험사가 합의금을 공제해 피해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와 형사합의를 진행하며 겪는 혼란이 크다. 가해자는 "음주사고라 보험사에 청구할 권리가 없다"며 피해자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민사 책임은 별도"라는 말만 믿고 섣불리 합의했다간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고스란히 공제당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서에 특정 '방패 조항'을 넣지 않으면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음주운전 합의 과정의 함정과 내 권리를 지키는 법적 장치를 집중 취재했다.
"보험 청구권 없다"는 가해자, 사실일까?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들은 종종 "음주사고라 보험사에 청구할 권리가 없어 채권양도를 해 줄 수 없다"는 가해자의 주장에 부딪힌다. 이는 합의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가해자 측의 논리지만, 전문가들은 '절반의 진실'이라고 지적한다.
13년 경력의 교통사고조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가해자의 주장에 대해 "일부 맞으나 전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률사무소 새율 윤준기 변호사 역시 "가해자 입장에서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는 채권 자체가 사실상 없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한다.
즉, 가해자는 보험사에 거액의 사고부담금을 내야 하고,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상 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해자가 보험사에서 돈을 받을 일이 없는 것은 사실에 가깝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다르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책임보험(대인배상Ⅰ)은 음주운전과 무관하게 지급되므로, 가해자의 '보험금 청구권이 전혀 없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은 셈이다.
믿었던 '민사 별도' 조항의 배신
가해자의 말만 믿고 "형사사건에 한정되며,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와는 별도"라는 문구만 넣고 합의하면 안전할까?
법무법인 중산 김영오 변호사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는 유효하지만, 제3자인 보험사에게는 강제력이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보험사는 자체 약관을 근거로 '형사합의금은 위자료의 일부를 미리 지급한 것'으로 보고, 나중에 피해자에게 지급할 민사상 손해배상금에서 이 합의금을 공제해 버리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판례상으로도 명확한 채권양도가 없다면 보험사가 형사합의금을 공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덜어주기 위해 합의해 줬지만, 그 돈만큼 나중에 받을 보험금이 깎이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채권양도' 거부당했다면? 이 조항으로 무장하라
전문가들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채권양도통지'를 받아 두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가해자가 완강히 거부한다면, 합의서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꼼꼼히 마련해야 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본 합의는 형사사건에 한정되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조항 ▲기지급금은 손해배상금과 별개인 형사합의금이라는 점 ▲향후 추가 손해에 대해 별도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합의금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의서에 "본 합의금은 민사상 손해배상금과는 별개로, 오로지 가해자의 형사상 처벌 경감을 위한 순수한 위로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김영오 변호사는 "만약 보험사에서 합의금만큼 공제하고 지급할 경우 가해자가 공제된 금액만큼을 피해자에게 즉시 별도로 지급한다"는 특약을 추가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 조항은 보험사의 공제 시도가 있더라도 최종적인 책임을 가해자에게 물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