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잠적했는데…HUG “묵시적 갱신” 지급 거절
집주인 잠적했는데…HUG “묵시적 갱신” 지급 거절
법조계 “임대인 귀책, 세입자에 전가 부당…다툴 여지 충분”

집주인 잠적으로 갱신 거절을 통지했으나, HUG는 통지 미도달을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다. / AI 생성 이미지
계약 만료 전 집주인은 사라졌고, 문자·내용증명 모두 반송됐다. 법적 절차를 모두 밟았지만 유일한 희망이던 HUG마저 ‘묵시적 갱신’이라며 보증금 반환을 거절했다.
연락이 두절된 집주인의 책임을 세입자가 전부 떠안아야 하는지를 두고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없는 번호', '주소 불명'…돌아온 건 HUG의 거절 통보
2024년 2월 14일, A씨의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왔다. 법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려면 만료 2개월 전까지 집주인에게 의사를 전달해야 했다.
A씨는 2023년 12월 14일, 집주인에게 갱신 거절 문자를 보냈지만 ‘유효하지 않은 전화번호’라는 안내만 돌아왔다. 계약서상 주소로 보낸 내용증명마저 ‘주소불명’을 이유로 두 번이나 반송됐다. 집주인은 거주불명자로, 주소나 연락처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춘 것이다.
A씨는 법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법원에 공시송달(서류 전달이 어려울 때 법원 게시판 등에 알려서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을 신청하고, 임차권등기명령과 보증금 반환 소송 승소 판결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최후의 보루라 믿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묵시적 갱신’이 되었다는 이유로 보증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법적 쟁점: '도달' 못한 통지, 누구의 책임인가
HUG의 거절 논리는 '갱신 거절 통지가 법정 기한 내에 집주인에게 ‘도달’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이 자동 연장됐고, 이는 보증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HUG의 판단에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현재 핵심은 갱신거절 통지가 형식적으로 도달했는지가 아니라, 임대인의 주소불명·연락두절이라는 사정 때문에 통지가 지연된 책임을 임차인에게만 돌릴 수 있는지입니다.”라고 쟁점을 명확히 했다.
임차인이 통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음에도 임대인의 잘못으로 연락이 닿지 않은 책임을 임차인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 역시 임차인의 노력을 고려할 때 HUG의 거절이 부당하다고 다툴 수 있다며 “승소 가능성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낮다고만 볼 사안은 아닙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3년의 시효'…경매 기다리지 말고 소송 서둘러야
그렇다면 A씨는 언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라도 경매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신속히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보증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상법에 따라 3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통상 보증사고는 계약 만료 1개월 뒤에 발생하므로, A씨는 이때부터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권리를 지킬 수 있다.
경매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소송의 걸림돌은 아니다. 김정묵 변호사는 “경매 종료를 반드시 기다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라며, 우선 소송을 제기해 권리를 확보하고 추후 경매 배당 결과에 따라 청구 금액을 정리하는 실무적 해법을 제시했다.
법조계는 임차인의 명백한 갱신 거절 노력과 임대인의 귀책사유가 뚜렷한 만큼, 재판부가 HUG의 주장 대신 임차인의 손을 들어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