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없는 아버지 계좌서 거액 인출한 새어머니…"증여 허락받았다" 주장 인정될까
의식 없는 아버지 계좌서 거액 인출한 새어머니…"증여 허락받았다" 주장 인정될까
중환자실 입원 두 달 새 계좌서 빠져나간 거액
변호사 "증여 의사 인정 어려워…부당이득·사기죄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5남매 중 둘째인 A씨는 재혼한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 있던 두 달 동안 아버지 계좌에서 거액이 빠져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새어머니는 "남편이 생전에 허락한 돈"이라며 이미 다 써버렸다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A씨는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거액의 인출을 허락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사연은 9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의식 없는 아버지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을 두고 새어머니와 갈등을 빚게 된 A씨의 이야기로 전해졌다.
황혼 재혼 2년 만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이별
사연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일찍 사별하고 오래도록 외롭게 지내다 2년 전 좋은 분을 만나 재혼했고, A씨를 비롯한 5남매는 행복해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뒤 아버지의 지병이 갑자기 악화됐고, 결국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버지는 의식도 거의 없는 상태로 두 달을 버티다 세상을 떠났다. 문제는 장례를 치른 뒤 드러났는데,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두 달 동안 여러 계좌에서 거액의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남편이 허락한 돈"…이미 다 써버린 새어머니
A씨가 새어머니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새어머니는 "남편이 생전에 허락한 돈"이라고 답하며 그 돈은 이미 다 써버렸다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 지출 내역 하나하나를 직접 챙길 만큼 꼼꼼했던 아버지가 의식도 어려운 상태에서 거액 인출을 허락했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A씨가 새어머니의 말을 더더욱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발달장애로 평생 돌봄이 필요한 막내 동생 때문에 아버지는 평소 "내 재산은 막내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던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뜻을 전하자 새어머니는 오히려 "어떻게 아버지의 진심을 의심하느냐"며 화를 냈다.
"증여 의사 인정 어려워"…부당이득·사기죄 성립 가능성
해당 사연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 우진서 변호사는 새어머니가 인출한 금원이 부당이득에 해당하려면 인출의 법적 근거가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변호사는 "배우자가 그러라고 했다고 주장하면서 증여를 주장하는 경우로 보이는데, 이 경우 유효한 증여 의사가 있었는지가 문제된다"며, 특히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던 상태였다면 그 이전에 증여 의사가 표명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부 사이라도 현금 증여 시 위임장이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증여를 인정하지는 않는다"며, 실무에서는 평소 자금관리 방식, 인출 규모, 송금 시점의 망인의 건강 상태, 인출 금원의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우 변호사는 사안의 경우 혼인 기간이 짧고 별도 생활비가 지급되고 있었던 점, 송금 시기 아버지의 건강 상태, 막내 동생을 위한 보관 의사를 평소 밝혔던 점 등을 고려하면 "증여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봤다.
형사적으로는 은행도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설명으로, "최근 하급심에서도 혼인신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인출이 이뤄졌고, 평소 남편이 예금 인출을 엄격히 통제하던 사정 등을 들어 포괄적 인출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사기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부당이득 청구가 유리하나, 일괄 해결엔 특별수익 전략 필요
새어머니의 계좌 인출은 상속 절차에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 인출금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거나,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 이를 새어머니의 '특별수익'으로 산정해 상속분을 조정하는 방법이다.
다만 우 변호사는 새어머니가 인출한 금액이 너무 커서 '초과특별수익'에 해당할 경우, 정작 남아있는 유산이 부족해져 자녀들이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몫이 줄어드는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조인섭 변호사는 사연자 입장에서는 돈을 확실히 돌려받을 수 있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게 실익이 크다면서도, 만약 상속 분할 절차 내에서 사건을 한꺼번에 해결하고자 한다면 특별수익 부분을 철저히 증명해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