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앱 성희롱 댓글, "로그 없다"는 플랫폼… 처벌 정말 불가능할까?
익명앱 성희롱 댓글, "로그 없다"는 플랫폼… 처벌 정말 불가능할까?
운영사 "작성자 특정 불가" 통보에 좌절… 법조계 "수사기관 영장 집행 시엔 다를 수도"

익명 커뮤니티에 달린 성희롱 댓글에 대해 플랫폼 측은 로그 기록이 없어 가해자 특정이 불가하다고 밝혔지만, 경찰의 강제수사를 통해 가입 정보, 접속 기록 등 숨겨진 단서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AI 생성 이미지
"그 동료와 관계하고 엉덩이 대줘." 직장 생활 고민을 올린 익명 커뮤니티에 달린 충격적인 댓글에 피해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플랫폼 측은 '로그 기록이 없어 작성자를 추적할 수 없다'고 답했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듯한 상황.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아직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 등 강제수사 과정에서 실낱같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은 가해자를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엉덩이 대줘"… 평범한 고민글이 악몽으로 변한 순간
사건은 평범한 직장인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A씨는 익명 커뮤니티 앱 '잡**닛'에 직장 동료와의 카풀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댓글로 소통하던 중, A씨의 성별이 여성임이 밝혀지자 게시글 맥락과 무관한 성희롱 댓글이 달렸다.
"그 동료와 관계하고 엉덩이 대줘"라는 끔찍한 내용이었다. 극심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낀 A씨는 즉시 해당 댓글을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고 증거를 캡처했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플랫폼의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앱 운영사는 "로그가 남지 않아 댓글 작성자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어,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A씨는 "정말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이 제공받을 수 없어 그대로 종결될까 봐 걱정됩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로그 없다"는 플랫폼의 벽… 수사는 여기서 멈추나?
이번 사건의 최대 관건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피의자 특정 가능성'이 사건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플랫폼 측이 '로그 없음'을 공식화한 만큼, 현실의 벽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는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운영사 답변이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였더라도, 실제 수사기관의 정식 수사협조 요청에 대한 답변과 일반 이용자 문의에 대한 답변은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 이용자 문의에는 원론적으로 답변하지만, 법원의 영장을 동반한 강제수사에는 숨겨진 기록을 제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 역시 "고객센터 답변만으로 '절대 특정 불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실제 수사에서는 "가입 이메일, 접속기록, 기기 식별값, 신고 당시 서버기록 등이 확인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더라도 서버에는 IP 주소나 기기 고유 정보 등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적 욕망' 입증 쟁점… '캡처'만으로 증거는 충분할까?
만약 가해자를 특정한다면, 처벌은 가능할까?
A씨가 입은 피해는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이 죄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범죄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하진규 변호사는 "해당 댓글이 의뢰인을 불쾌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인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인지를 수사기관이 판단해야 한다"며 '성적 목적' 요건 충족이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이 요건을 비교적 넓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증거 능력에 대한 A씨의 우려는 기우일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반드시 PDF 형식이 아니더라도 원본 게시글의 URL, 작성 일시, 댓글 내용이 명확히 확인되는 캡처본이라면 증거로 사용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증거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의 명확성이라는 것이다.
포기는 이르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마지막 희망'
전문가들은 A씨가 섣불리 포기하지 말고 정식 고소 절차를 밟아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아볼 것을 권고했다. 수사기관이 플랫폼에 자료 보존 및 사실조회 요청을 해 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해답 김무룡 변호사는 증거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운영사 답변, 게시글 캡처, 댓글 캡처, 신고 시점, 블라인드 처리 시점, 앱 내 문의내역까지 전부 보존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수사 과정에서 단서가 될 모든 것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댓글 내용은 통매음으로 처벌을 검토할 충분한 수준이지만, 실제 처벌은 익명 플랫폼 서버에 가해자를 특정할 접속 기록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완전한 익명은 없다는 격언처럼, 수사기관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숨어 있는 가해자의 꼬리가 잡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