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억울함의 끝, 보험사 앞 불길…피해자의 절규
10년 억울함의 끝, 보험사 앞 불길…피해자의 절규
1심 승소 뒤집은 2심 패소, 극단 선택 시도하다 방화미수 혐의

2017년 교통사고 피해자가 10년간의 소송 끝에 2심에서 패소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보험사 건물 방화를 시도했다. / AI 생성 이미지
결국 차를 몰아 보험사 건물 정문으로 향했다. 10년간의 싸움이 허무하게 끝난 자리에서, 그는 죽음으로 억울함을 알리려 했다.
2017년 교통사고로 시작된 한 가장의 비극은 1심 승소, 2심 패소라는 롤러코스터를 거쳐 보험사 건물 방화미수라는 충격적 사건으로 귀결됐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버린 기막힌 사연의 전말이다.
"5km/h 경미한 사고? 내 차는 폐차됐다"… 엇갈린 판결
사건은 2017년 9월 2일, 용인의 한 삼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시작됐다. 사고 피해를 주장하는 A씨 측은 6년간의 긴 법정 다툼 끝에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항소심(2심) 재판부는 단 한 번의 재판만으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넘어진 사고"라며 "1년 후부터 아팠다"고 판단, A씨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가해 차량이 시속 5km로 서행했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에 대해 "우리 차는 폐차됐고, 가해자 차는 수리비가 750만 원이나 나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A씨 측은 사고 조사 과정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고 5일 만에 누군가 우리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했고, 사고 위치, 방향, 속도 모두 거짓으로 기재됐다"며 "피해자 진술은 없고 가해자 진술만 참고해 경미한 사고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고로 10년간 고통 속에 살며 빚만 늘었다는 것이 A씨 아내의 호소다.
"아무도 답 없었다"… 휘발유 들고 향한 마지막 호소
법적 구제 절차가 막혔다고 느낀 A씨는 지난해 8월,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차에서 쪽잠을 자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보험사 측은 "회사가 승소했기 때문에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10월경 보험사 측에서 "보상을 원한다면 얼마를 원하냐"고 물어와 시위를 멈추고 기다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또다시 '승소했기에 보상 불가'였다.
결국 A씨는 10월 31일,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했다. 그는 차를 몰고 삼성화재 사옥센터 정문에 주차한 뒤, 20분간 협상을 기다리다가 아무런 답이 없자 건물 정문 카페트에 휘발유를 뿌렸다.
그는 "자기 혼자 냄새에 질식해서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A씨는 방화미수와 집행방해죄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구속심사를 받게 됐다. 교통사고 피해자였던 남편이 한순간에 가해자가 된 것이다.
"방화미수, 실형 가능성"… 변호인단, '정상참작' 총력
법조계는 A씨의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한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현행법상 정문에 휘발유를 뿌린 행위는 인명피해가 없더라도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 것으로 간주되어 방화미수죄로 엄중히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여러 변호사들은 A씨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광희 변호사(로티피 법률사무소)는 "사건 경위와 오랜 분쟁 과정에서의 심리적 압박을 정리한 의견서 제출이 중요하다"며 "방화 목적 부재와 자해 의도 중심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윤서 변호사(법무법인송천) 역시 "형사 사건은 진술 정리와 정상참작 사유 확보가 핵심"이라면서도, 2심에서 패소한 민사 판결을 뒤집는 것은 '재심' 사유가 없는 한 매우 어렵다고 현실을 짚었다.
결국 A씨는 억울한 민사 판결과는 별개로, 방화미수라는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구속 기로에 선 그가 법원으로부터 정상참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