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만원씩' 갚는 전남친…1300만원 떼일 판, 구제책은?
'월 3만원씩' 갚는 전남친…1300만원 떼일 판, 구제책은?
전문가들 "사기죄 어렵지만, '지급명령'이 확실한 해법"

전 연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소액만 변제받는 경우, 사기죄 고소보다 민사 '지급명령'이 유리하다. / AI 생성 이미지
1300만 원을 빌려가 놓고 월 3만~4만 원 찔끔 상환으로 약 올리는 전 연인. 사기죄 고소도 막막한 상황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 절차보다 빠르고 확실한 '지급명령'을 최우선 해법으로 꼽았다.
채무자의 교묘한 변제 시도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법적 전략을 알아본다.
"엄마가 필요해서" 1300만원 빌려가더니…조롱 같은 '월 3만원' 변제
A씨는 2023년 9월부터 전 남자친구 B씨에게 빌려준 돈이 1300만 원에 달했지만, 손에 되돌아온 돈은 지난 12월 3만 원, 올 1월 4만 원이 전부였다. B씨의 상환 태도는 변제라기보다 조롱에 가까웠다.
심지어 돈을 빌릴 당시 B씨는 "우리 엄마에게 필요하다니 빌려달라"고 카톡을 보냈지만, 정작 그의 어머니는 "내 핑계 대고 빌려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A씨의 손에 남은 증거라고는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서명만 있는 간소한 차용증뿐이다. A씨는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어서요"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갚고 있잖아" 한마디에…사기죄 성립의 높은 문턱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사기죄 고소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B씨의 '푼돈 변제'가 사기죄 성립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돈을 빌릴 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소액이라도 갚고 있는 행위 자체가 변제 의사가 있었다는 강력한 반증이 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상대방이 금전을 지급받을 당시 말한 금전의 용도와 달리 실제로는 도박, 채무 상황 등에 사용을 하였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며 돈의 사용처를 속인 '용도 사기' 가능성을 제시했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 고소의 전략적 활용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의 처벌을 목적으로 사건을 진행한다기 보다 수사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려는데에 사건의 방향을 설정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며 형사 절차가 채무자를 압박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허술한 차용증도 OK…형사고소보다 빠른 '지급명령' 카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민사 절차인 '지급명령' 신청이다. 지급명령은 법원이 채무자에게 서류심리만으로 변제를 명령하는 신속한 재판 절차다.
채무자가 명령을 받고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해 즉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비록 간단한 형태의 차용증이지만 채무 자체를 인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며, 특히 지속적인 소액 변제는 채무의 존재를 더욱 확실히 입증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B씨의 찔끔 상환이 민사 절차에서는 채무를 스스로 인정하는 유리한 증거가 되는 셈이다.
A씨가 걱정했던 허술한 차용증의 효력에 대해서도 법무법인 청목 엄건용 변호사는 "효력이 있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부모 재산 압류? 파산 신청? 마지막 변수와 대응법
민사소송에서 이겨도 돈을 받아내는 길은 험난할 수 있다. A씨는 B씨가 부모님 소유의 집에 살고 있고, 부모님 명의의 청약통장에 돈을 넣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압류 가능성을 물었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저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부모의 재산은 건들기 힘듭니다"라고 잘라 말했고, 법무법인 청목 엄건용 변호사 역시 "분양대금을 남자가 납입하고 있어도 분양권 명의인이 부모님이라면 부모님의 것으로 봅니다"라고 덧붙였다. 채무자 본인 명의가 아닌 재산은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는 대원칙 때문이다.
만약 B씨가 파산 신청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A씨의 채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라도 형사 고소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준성 변호사는 "상대방이 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회생결정이 나와도 채권이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고소건에 집중해야 합니다"라며, 파산 시 채무 탕감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사기죄 고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