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준 비밀번호로 들어온 상간남, 주거침입 될까?
아내가 준 비밀번호로 들어온 상간남, 주거침입 될까?
사실혼 아내 동의 vs 남편의 주거 평온, 엇갈린 법조계

아내 동의로 신혼집에 들어온 상간남의 주거침입죄 성립을 두고 법조계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 AI 생성 이미지
사실혼 아내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신혼집에 들어온 상간남. 속옷 차림의 남편과 마주친 이 아찔한 상황은 범죄일까?
'공동거주자 동의'를 인정한 2021년 대법원 판례를 두고 법조계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형사 처벌과 민사 배상 사이, 법적 쟁점을 심층 취재했다.
"팬티만 입고 마주쳤다"…아내 없는 신혼집에 낯선 남자가
평온했던 일상은 2026년 1월 13일 산산조각 났다. 사실혼 관계인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던 A씨는 자신의 단독 명의 신혼집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아내의 부탁으로 잠시 집을 비워주려던 찰나, 현관 비밀번호가 눌리며 문이 열렸다. 들어선 이는 아내가 아닌, 그간 외도 상대로 의심해온 상간남 B씨였다. 반팔 티셔츠에 팬티만 입고 있던 A씨와 마주친 B씨는 당황한 듯 그대로 달아났다.
A씨는 이 일을 계기로 아내와 B씨가 침입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메신저 대화까지 확보했다. 그는 부정행위에 대한 민사소송과 별개로, 자신의 주거 평온을 깨뜨린 B씨를 주거침입죄로 형사 고소하기로 결심했다.
배우자 동의는 '만능열쇠'?…엇갈리는 법조계
B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를 두고 변호사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핵심 쟁점은 2021년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출입한 경우에는,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이를 근거로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 법무법인(유) 한별 고용준 변호사, 최종환 변호사, 김대희 변호사 등 다수는 아내의 허락을 받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설령 부정행위가 목적이었더라도 형법상 ‘침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거셌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이 사건은 현재하는 거주자A씨의 승낙 없이 들어온 것이므로, 주거침입죄 성립이 부정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나아가 상간남은 외도 목적으로 배우자로부터 비밀번호를 받아 들어온 것으로, 이는 범죄 목적을 숨긴 채 동의를 받고 타인의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 해당합니다. 판례는 이러한 경우 동의권자가 그 진의를 알았더라면 동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될 때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반박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배우자가 비밀번호를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주거침입 성립이 완전히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는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승낙이 있더라도, 그 승낙이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가 집에 머무는 상황에서 침입이 이뤄졌고, 집이 A씨 단독 명의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거의 평온을 해친 행위로 처벌할 실익이 크다는 분석이다.
형사고소와 별개로…'상간소송' 유리, '몰카'는 독 될 수도
형사 처벌의 불확실성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변호사가 동의했다. 사실혼 관계라도 부부 공동생활의 실체가 인정되면 법적으로 보호받으며, 상간 행위로 이를 파탄 낸 제3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는 상간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 방법입니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A씨가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집에 설치한 몰래카메라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타인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거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나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오히려 의뢰인님께서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이 존재하므로 해당 증거의 제출 여부는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셔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형사 고소는 상간남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되, 소송의 중심은 위자료 청구에 두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