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나타난 친모 상속권 뺏었더니…얼굴도 모르는 이부동생에게 돈이 간다고?
40년 만에 나타난 친모 상속권 뺏었더니…얼굴도 모르는 이부동생에게 돈이 간다고?
자식 버린 부모 상속 막는 '상속권 상실 제도', 예상 못한 '대습상속' 변수에 변호사들 의견 갈려

자녀를 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상속권 상실 제도'에 대한 법적 해석이 엇갈린다. 개정 민법에 따라 상속권을 잃은 부모의 다른 자녀에게 재산이 '대습상속'되어, 모르는 이복형제에게 넘어갈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의 미혼 언니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언니의 법정상속인은 아버지와 친모였다.
문제는 친모였다. 이혼 후 약 40년간 양육비는커녕 연락 한 번 없이 남처럼 지내왔다. A씨의 아버지는 이런 친모를 상대로 '상속권 상실' 청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A씨는 새로운 걱정에 부딪혔다. 만약 친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면, 그 상속분이 친모가 재혼해 낳은, 얼굴도 모르는 이부동생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대습상속' 가능성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식을 버린 친모의 상속을 막으려다 전혀 다른 사람에게 재산이 넘어갈 수도 있는 걸까?
'자식 버린 부모' 상속권 박탈, 재산은 남은 아버지에게?…다수 변호사 "그렇다"
최근 미혼인 언니를 떠나보낸 A씨 가족은 상속 문제로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자녀의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없을 경우 부모인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되는데, 약 40년간 교류가 없던 친모가 아버지와 함께 공동상속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아버지는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통해 친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 제도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는 등 자녀에게 못할 짓을 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만약 법원이 친모의 상속권 상실을 인정하면 그 상속분은 어떻게 될까? 다수 변호사들은 동순위 공동상속인인 아버지가 모두 상속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인 친모가 상속권을 상실한 경우에는 대습상속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민법상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상속받지 못하게 될 때 그들의 자녀가 대신 상속받는 제도인데, 부모인 '직계존속'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친모의 상속분은 공동상속인인 아버지가 모두 상속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도 "직계존속인 부모가 상속권을 잃었을 때는 대습상속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결국 언니분의 재산은 같은 순위인 아버지가 100% 단독 상속하게 된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 등도 친모의 상속권이 상실되면 아버지가 단독 상속인이 된다는 결론에 힘을 실었다.
"아버지 단독 상속 아니다"…친모 자녀들에게 '대습상속'된다는 반대 의견
하지만 변호사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친모의 상속분이 아버지에게 모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친모의 자녀들에게 '대습상속'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더신사 법무법인 정준현 변호사는 "친모가 상속권을 상실하면 그 친모의 직계비속이 친모의 지위를 대신해 상속하게 된다"며 "친모의 상속분은 아버지에게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친모의 직계비속인 자녀들에게 대습되어 배분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실무에 맞다"고 분석했다.
이 해석에 따르면 A씨와 오빠는 물론, 친모가 재혼해 낳은 얼굴 모르는 이부동생까지 모두 친모의 상속분을 나눠 갖는 대습상속인이 된다. 정 변호사는 "친모 본인만 배제될 뿐, 그 자녀들까지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 역시 "친모에게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들이 친모 몫을 나누어 대습상속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친모의 재혼 후 출생한 딸도 친모의 직계비속이므로, 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대습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대습상속 가능'…오히려 이복동생에게 재산 갈 수도
이처럼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법 규정을 자세히 보면 A씨의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개정된 민법이 '상속권 상실'을 대습상속의 원인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1001조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권 상실(제1004조의2)' 등으로 상속인이 되지 못한 때에는, 그의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인이 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법원이 친모의 상속권 상실을 인정하는 순간 친모는 상속인이 되지 못하고, 그를 대신해 그의 직계비속들이 상속인(대습상속인)이 된다.
A씨 사례에서 친모의 직계비속은 A씨와 오빠, 그리고 친모가 재혼해 낳은 딸이다.
결국 친모의 상속분을 이들 3명이 똑같이 나눠 갖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친모의 몫까지 모두 상속되기를 기대하고 상속권 상실 청구를 했다가, 오히려 생면부지의 이부동생에게까지 상속 재산이 넘어가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제도는 최근 개정된 것으로, 상속이 시작된 시점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법률 전문가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