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사적지 표지판 '군화' 사건, 조롱 의도 확인돼도 실제 처벌까지는 '산 넘어 산'
5·18 사적지 표지판 '군화' 사건, 조롱 의도 확인돼도 실제 처벌까지는 '산 넘어 산'
물리적 상징 탓 5·18특별법 적용 모호
모욕죄 역시 '피해자 특정·친고죄' 문턱 높아

광주 도심에 걸린 군화 /연합뉴스
광주 도심의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안내 표지판에 계엄군을 연상케 하는 군화가 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5·18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확인될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물리적 상징 행위의 특성과 엄격한 법적 성립 요건 탓에 실제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법리적 난관이 예상된다.
주요 혐의별 법적 쟁점과 성립 요건
행위자의 의도와 표지판 훼손 여부에 따라 성립 가능한 주요 형사법상 혐의는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5·18특별법 위반(허위사실 유포)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정보통신망이나 집회 발언 등을 통한 '허위의 사실 유포'를 엄격하게 처벌한다.
관련 하급심 재판부 역시 온라인 게시글이나 언어적 훼손 행위를 유죄로 판단해 왔다.
하지만 군화를 거는 방식의 '물리적 상징 행위'가 이 법이 규정한 유포 수단에 해당하는지는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크다. 이에 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가 없어 실제 법 적용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형법상 모욕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언어적 표현 없이 비언어적·시각적 수단만을 사용하더라도 모욕죄는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5·18기념재단 같은 단체 자체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해당 행위로 인해 직접적으로 경멸적 표현의 대상이 된 특정 생존 피해자가 존재해야 한다.
특히 판례상 집단의 규모가 클 경우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범죄가 성립하기 어려운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의 법리적 한계가 있어, 피해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재물손괴죄
군화를 거는 과정에서 표지판 자체가 파손되거나 본래의 안내 효용을 상실했다면 재물손괴죄 성립을 검토할 수 있다.
과거 안내 표지판이나 현수막 등을 물리적으로 훼손한 사건들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손상 사실이나 효용 저하가 증명된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친고죄인 모욕죄와 달리 재물손괴죄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사법당국의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친고죄'와 '피해자 특정'의 벽… 단체 차원의 고소는 한계
이번 사건에서 감정적 폄훼에 대해 가장 현실적인 처벌 통로로 거론되는 모욕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절차적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형법상 모욕죄는 피해자의 직접적인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상 친고죄의 고소 및 처벌 의사 표시는 원칙적으로 피해자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따라서 5·18기념재단이나 유족회가 단체 차원에서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이는 법적 소추 요건을 갖춘 '고소'가 아닌 제3자의 '고발' 성격에 그치게 된다.
결국 모욕죄를 통해 실질적인 형사 처벌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군화 설치 행위로 직접 모욕을 당한 특정 생존 피해자 개인이 고소장을 제출하거나 적법한 대리인을 통해 고소권을 행사해야만 한다.
만약 사법당국의 조사 결과 5·18을 폄훼할 고의가 없는 단순 해프닝으로 밝혀지거나 모욕죄의 핵심 요건인 피해자 특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물손괴 등 물리적 피해가 입증되지 않는 한 사법 처리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