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아니면 돈 못 빌려준다'…'노예'라 불린 6년
'이거 아니면 돈 못 빌려준다'…'노예'라 불린 6년
채무 빌미 성착취 공방…법조계 "명백한 범죄" vs "입증 까다로워"

한 여성이 6년간 채무를 빌미로 전 남자친구에게서 성착취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 AI 생성 이미지
6년간 채무를 빌미로 '노예'라 불리며 끔찍한 성착취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임신과 출산으로 경제적 궁지에 몰렸던 여성은 "이거 아니면 돈 못 빌려준다"는 전 남자친구의 압박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경제적 약점을 이용한 중범죄라는 의견과, 강압성을 입증하기가 까다롭다는 신중론이 맞선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의혹을 부인하지 않고 금전 문제로만 대화를 돌려, 그의 침묵이 법정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주목된다.
"개처럼 짖어라"…임신 중에도 멈추지 않은 가혹행위
A씨의 고통은 약 6년 전 시작됐다. 당시 임신과 출산으로 경제 활동이 중단된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에게 돈을 빌리게 됐다.
B씨는 이를 빌미로 A씨에게 성적인 사진과 영상 전송을 요구했다. A씨는 "처음에는 성범죄라고 생각해 거부했으나, 채무 압박으로 인해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B씨의 요구는 점차 잔혹해졌다. A씨의 몸에 소변을 뿌리거나, 네 발로 기어 다니게 하고, 개처럼 짖으라고 시키는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가 반복됐다. 심지어 A씨가 임신한 상태에서도 엽기적인 성적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노예' 카톡, 법정서 통할까…엇갈리는 변호사들
모든 것을 끝내기로 한 A씨가 현재 가진 증거는 2026년 1월 29일 이후의 카카오톡 대화와 송금 내역이 전부다. 다행히 대화에는 B씨가 A씨를 '노예야'라고 칭하는 등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를 범죄 입증의 핵심 단서로 보았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현재 보유한 대화 내용 중 ‘노예’라는 호칭과 강압적인 연락은 가해자가 심리적 지배력을 행사했음을 보여주는 핵심적인 간접 증거입니다"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연우 백지예 변호사 역시 "‘노예야’라는 표현은 모욕죄의 직접 증거가 되고, 판례상 피해자 진술과 정황 증거의 종합으로도 유죄 인정이 가능합니다"라고 힘을 보탰다.
반면, 신중한 의견도 존재했다.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는 "실무에서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조건 제시만으로 곧바로 위력이나 강압으로 평가되지 않으며, 당시 귀하의 선택 가능성, 경제적 의존 정도, 관계의 지속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라며 입증이 까다로울 수 있음을 지적했다.
성착취 추궁에 '돈 얘기'만…묵시적 인정?
최근 A씨는 B씨에게 과거의 모든 행위가 자발적 동의가 아닌 채무 압박 때문이었다고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B씨는 이에 대해 어떤 반박도 하지 않고 금전 관련 이야기로만 화제를 돌렸다.
법조계에서는 B씨의 이런 태도가 오히려 A씨에게 유리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는 "상대방이 성적 요구에 대한 부분을 회피하고 금전 이야기만 하는 점 역시, 전체 맥락 속에서는 오히려 관계를 금전으로 통제하려는 구조를 보여주는 정황으로 평가될 수 있어 반드시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상대가 범행의 핵심을 외면하는 태도 자체가 비정상적 관계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단순 성범죄 넘어 '불법 채권추심' 중범죄 가능성
이 사건이 단순 성범죄나 강요죄를 넘어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채무자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가혹 행위를 한 것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여, 징역형 등 중형으로 처벌받는 매우 중대한 범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채무관계를 이용한 가혹행위 그 자체를 별도의 중범죄로 다룰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형사 고소와 함께, 삭제된 과거 자료를 복구하기 위한 디지털 포렌식과 일관된 피해 진술 준비가 처벌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