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원 영상 샀다가 100만원 뜯길 판
4500원 영상 샀다가 100만원 뜯길 판
아청법 신고 협박에 합의금 요구…'공갈죄' 될까

A씨가 영상을 구매한 뒤, 판매자가 자신이 미성년자라며 아청법 위반으로 협박하면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4500원짜리 소액 영상 거래 후 한 달 반, 판매자가 돌연 자신이 미성년자라며 아청법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왔다. 100만 원의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경찰서에 가겠다는 압박이다.
구매자는 미성년자임을 전혀 몰랐다고 항변하지만, 포렌식과 압수수색이 두려워 섣불리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합의는 금물이며, 오히려 상대가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상 하나 샀을 뿐인데"…날벼락 된 100만원 요구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라인을 통해 4500원을 내고 영상 1건을 구매한 A씨. 거래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판매자와의 대화 어디에도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암시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약 한 달 반 뒤, A씨는 판매자로부터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이 사실 18살 미성년자였다며, 계좌이체 내역을 근거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것이다.
판매자는 최초 300만 원을 요구하더니, 이내 100만 원으로 합의금을 낮추며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미성년자인 줄 알 수 있는 정황이 전혀 없었다"고 항변하며 오히려 이는 공갈미수죄가 될 수 있다고 맞섰지만, 판매자의 요구는 멈추지 않았다.
아청법 유죄 vs 공갈죄 역고소…변호사들의 엇갈린 진단
A씨의 사연은 법적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A씨의 '아청법 위반 혐의'와 판매자의 '공갈죄 혐의'가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이라고 분석한다.
김지진 변호사는 "소액이라고 해도 아청물을 구매 및 소지 시청했다면 처벌 대상"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아청법 위반이 성립하려면 구매자가 영상 속 인물이 아동·청소년임을 '알고 있었다'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조재황 변호사는 "미성년자임을 인식할 수 있는 사정이 없었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되면, 고의가 부정되어 무혐의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재판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A씨가 미성년자임을 알았다는 점을 검사가 증명하지 못하면 처벌은 어렵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판매자의 행동에 주목한다. 김태안 변호사는 "3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금액을 낮추며 계속 요구했다면, 공갈미수 또는 협박으로 문제 삼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현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은 공갈범이기 때문에 실제 신고할 확률은 낮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포렌식 무서워 합의할까"…더 큰 덫이 될 수도
A씨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는 압수수색과 디지털 포렌식이다. 실제로 아청법 위반 사건은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기관이 강제수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유환선 변호사는 "아청법 위반 사건은 당사자가 자료를 순순히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으므로, 압수수색 및 포렌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특히 A씨가 미성년자임을 몰랐다는 대화 내용을 제출하면 포렌식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대해서도 "대화내용을 직접 골라서 보여준다고 포렌식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안일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두려움 때문에 100만 원을 주고 합의하는 것은 어떨까.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섣부른 합의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임대환 변호사는 "합의는 수사를 '반드시' 막는 수단이 아니다"고 했고, 조재황 변호사 역시 "금전 합의는 수사와 별개로 갈취에 응한 사정으로 해석될 위험도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은? "일단 멈추고 보존하라"
그렇다면 A씨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의 조언은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킨다.
첫째, 상대방과의 접촉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조기현 변호사는 "상대방과 연락을 차단하시고 일상으로 돌아가시면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둘째, 모든 증거를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김태안 변호사는 "대화방·계좌이체 내역·협박성 문구를 캡처하고 원본도 그대로 남겨 두셔야 한다"며 "영상이나 대화 기록을 임의로 삭제하면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보존한 자료를 가지고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섣부른 해명이나 합의금 지급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