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항소'의 덫…500만원이 끝이 아닐 수 있다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나홀로 항소'의 덫…500만원이 끝이 아닐 수 있다

2026. 02. 05 15:13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1심보다 배상금 늘어나는 '두 가지 예외'와 '법원 이송'의 진실

1심 판결에 불복해 홀로 항소할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원칙'만 믿어선 안 된다. / AI 생성 이미지

1심에서 5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은 A씨. 억울한 마음에 홀로 항소를 결심했지만, 그 앞에는 '배상금 증액'이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항소한 사람에게 더 불리한 판결은 없다'는 원칙만 믿었다간 큰코다친다. 상대방의 '맞소송' 하나로 모든 것이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밀양에서 서울까지 재판 부담에 법원을 옮겨달라 호소해봤지만, 돌아온 건 법률적 '불가' 통보. '나 홀로 항소'의 위험성을 낱낱이 파헤친다.


"밀양 사는데 재판은 서울에서?"…항소심 법원, 옮길 수 없나


성형외과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해 500만원을 배상하게 된 A씨.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준비하던 그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재판 장소 문제였다. 그는 "제가 직접 소송을 해야 되는데 직장이 밀양이어서 서울까지 출석하는게 너무 부담스러워서요ㅠ"라며 관할 법원을 부산고등법원으로 옮길 수 있는지 호소했다.


변호사들은 이송 신청 자체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한병철 변호사는 "항소심에서의 이송신청은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나,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적 분석은 더 단호하다. 항소심에서 당사자의 편의를 위해 관할 법원을 옮기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사소송법상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의 소재지에 따라 법률로 정해진다. 서울 소재 법원에서 1심이 진행됐다면, 항소심은 반드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려야 한다.


대법원 역시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은 당사자의 권리가 아니라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에 불과합니다 (대법원 1993. 12. 6. 선고 93마524 결정)"라고 판시한 바 있다. A씨의 딱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을 옮겨달라는 요청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다.


'나만 항소했는데'…1심보다 불리한 판결이 나오는 두 가지 함정


A씨의 또 다른 걱정은 항소심에서 배상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었다. 억울함을 풀려다 오히려 더 큰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우리 법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라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이는 항소를 제기한 사람에게 1심 판결보다 더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A씨만 항소한 경우라면, 재판부가 1심의 500만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강력한 원칙을 무력하게 만드는 '두 가지 복병'이 존재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의 '예외'…부대항소와 상계항변


첫 번째 복병은 상대방(원고)의 ‘부대항소’다. A씨가 항소하자, 1심 판결에 역시 불만이 있던 성형외과 측이 '그렇다면 우리도 항소하겠다'며 맞서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재판부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사건 전체를 원점에서 다시 심리한다. 그 결과, 원고의 주장을 더 받아들여 배상액이 500만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다.


두 번째 복병은 피고의 ‘상계항변’이 뒤집히는 경우다. 상계란 '나도 상대에게 받을 돈이 있으니, 내가 줄 돈에서 그만큼 빼고 주겠다'고 맞서는 주장이다.


만약 1심에서 A씨의 상계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져 배상액이 깎였는데,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상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을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 감액됐던 금액이 다시 살아나면서 결과적으로 A씨가 지급해야 할 돈이 1심보다 늘어나게 된다. 이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의 대표적인 예외로 인정된다.


출석 부담과 증액 위험…'나 홀로 항소'의 현실적 대안은?


이처럼 복잡한 법적 쟁점이 얽힌 항소심을 변호사 없이 혼자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특히 본인 소송으로 진행할 경우, 법률적 대응이 미흡하여 불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항소심은 1심보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이 더욱 중요하며, 항소이유서 작성이나 증거자료 제출 등에서 실수할 경우 회복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전문가 조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A씨가 재판 출석의 부담을 덜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 법조계는 원격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화상재판’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법원에 화상재판을 신청해 허가받는다면, 서울까지 오가는 수고를 크게 덜 수 있다.


궁극적으로 ‘나 홀로 소송’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항소심 단계에서라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비용 부담이 따르더라도, 예기치 못한 배상금 증액이라는 더 큰 위험을 막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