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VS 대법원장 충돌? "7개월 대법관 공백이 부른 국민 기본권 침해가 핵심"
대통령 VS 대법원장 충돌? "7개월 대법관 공백이 부른 국민 기본권 침해가 핵심"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 "제청권은 임명권 하위 권한"
"사법 관료화 막으려면 제청권 폐지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7개월 동안이나 대법관 자리를 비워둔 채 불쑥 서면만 보낸 대법원장. 그리고 이를 단칼에 거절한 대통령. 헌정 사상 초유의 대법관 제청 반려 사태를 두고 불거진 기관 간 권한 다툼의 진짜 피해자는 결국 기약 없이 재판을 기다리는 국민이다.
제청권은 불가침의 권한? "임명권의 하위 권한일 뿐"
대통령실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 제청을 반려한 것을 두고 사법부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법관 제청권은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하위 권한"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제청권은 대통령이 제청된 사람 중에서만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하는 제한적 의미를 지닐 뿐이다.
따라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후보자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임명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대법원장의 돌발 행동에서 찾았다. 과거에는 대법원장이 공식 제청을 하기 전 대통령실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것이 헌법적 관행이었으나, 헌정 사상 최초로 이러한 과정 없이 서면 제청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이를 "사장님이 추천받은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재추천을 요구하듯, 임명권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대법원장은 당연히 새로운 후보를 재제청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비유하며 사법부의 신속한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7개월 직무 유기,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법원장이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제청을 7개월이나 미뤘다는 사실이다.
대법원에는 한 해 약 4만 8000건의 사건이 쏟아진다.
임 교수는 "헌법 제27조 제3항이 보장하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장기간 대법관 공백 사태를 초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헌법적 책임이 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장의 자체 필터링 논란과 근본 해결책
향후 절차와 관련해 임 교수는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은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단순 선언이 아닌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고 짚었다.
결격사유가 없는 후보들을 대법원장이 임의의 잣대로 걸러내는 것은 법적 의무를 경시하는 태도이며, 신속한 재판을 위해 남은 3명의 후보 중 1명을 빠르게 제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임 교수는 사법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개헌을 한다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부터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관들이 자신을 제청해 준 대법원장의 눈치를 살피게 되면서 사법 관료화가 심화하고, 결과적으로 개별 법관의 재판 독립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