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90만→170만 원, 싫으면 나가"…변호사들 "법적으로 끝난 게임"
"월세 90만→170만 원, 싫으면 나가"…변호사들 "법적으로 끝난 게임"
묵시적 갱신 후 날아든 증액 통보, '새 계약서' 서명하면 돌이킬 수 없다

집주인이 계약 만료 후 거액의 월세 인상을 통보했으나, 법적으로 계약은 이미 묵시적 갱신된 상태이므로 임차인은 인상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 / AI 생성 이미지
계약 만료 한 달 전, 월세를 80만 원 올리겠다며 퇴거까지 통보한 집주인. 이미 법적으로 계약이 연장된 '묵시적 갱신' 상태임에도 "계약자 아니면 대화 안 한다"며 새 계약서 작성을 압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임차인의 완승을 장담한다. ‘새 계약서’의 함정과 막무가내 집주인에 대한 법적 대응법을 완벽 분석했다.
"이미 묵시적 갱신 성립"...월세 89% 인상 요구는 '원천 무효'
기존 월세 90만 원의 임대차 계약이 끝난 지 한 달.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를 170만 원으로 올릴 테니, 안 되면 집을 비우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가 날아왔다.
임차인은 이미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항변했지만, 집주인은 막무가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 싸움의 승패가 이미 갈렸다고 진단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으면,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되도록 규정한다.
김상훈 변호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임대인이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이미 묵시적 갱신이 성립되었습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80만 원(약 89%)에 달하는 월세 인상 요구 역시 불법이다. 신은정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거액을 올릴 수 없고 증액 청구도 5퍼센트를 초과할 수 없어 임대인의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적 상한선인 5%를 적용해도 인상액은 4만 5천 원에 불과하다.
"절대 서명 마세요"...'새 계약서'라는 치명적인 덫
법적으로 완벽히 불리한 상황임에도 집주인이 '새 계약서' 작성을 고집하는 데는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다. 묵시적 갱신으로 보장된 임차인의 모든 권리는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서명기 변호사는 "새 계약서를 작성하면 기존 묵시적 갱신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조건의 재계약'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셔야 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즉, 월세 170만 원이라는 새로운 조건에 임차인이 '합의'해 주는 꼴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김상훈 변호사 역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순간 묵시적 갱신 상태가 소멸하고 임대인이 제시한 새로운 조건이 유효한 합의로 간주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라며 서명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배성환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임대인이 새 계약서를 쓰러 온다고 해도,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새 계약서를 강제로 쓸 수 없습니다. 문을 열어줄 의무도 없으며, 새 조건에 서명하지 않으면 됩니다"라고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계약자만 오세요"...가족 대리권, '이 한마디'면 해결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는 동생을 무시하고 계약 명의자인 오빠와만 소통하겠다고 버티는 것은 임차인을 압박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계약 당사자인 오빠가 명확한 위임 의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훈 변호사는 "오빠가 임대인에게 메시지나 통화로 '임대차 관련 일체의 협의 권한을 동생에게 위임한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하여 임대인의 회피를 차단하십시오"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하면 임대인이 더 이상 실제 거주자인 동생과의 대화를 피할 명분이 사라진다.
최동남 변호사는 오빠 명의로 된 위임장을 준비하거나, '묵시적 갱신이 성립했으니 부당한 인상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내용증명을 임대인에게 발송해 공식적으로 의사를 통보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법은 부당한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정당하게 거주 중인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
